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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t Aug 13. 2024

꿈에 나온 상사

예전에 본인이 카드를 긁어놓으라고 했는데 내가 그랬다고 하라는 상사가 있었다. 이 상사와는 악연에 가까웠다. 나는 권위반발이 심하고 까라는 대로 까라는 상사를 혐오하는데, 인사발령으로 이 상사와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 부서에는 그와 같은 동향인 선배가 있었는데, 선배가 일을 내게 떠넘겼다. 나는 참지 못하고 '못하겠습니다'하고 싸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부서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또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전혀 해보지 않은 전산부서로 가게 되어 막막했지만, 다행히 동료들이 좋은 사람들이어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부서로 지원해도 결국엔 이 상사와는 헤어질 수 없었는데, 당시 CEO에게 나와 상사 둘다 눈 밖에 나서 같은 곳에 묶이게 된 것이다.


눈밖에 난 이유는 CEO는 자신을 빨아주는 사람에게만 승진을 시켜주고 이뻐하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보고도 자주 들어가지 않고 직급이 높다고 충성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상사는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고 했지만 성향 차이인 듯 했다. 즉, 성질이 애초부터 안맞는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다른 부서로 도망가고 싶었으나 기관장의 의지라 그러하니 어쩔 수 없었다.


부서에는 지금의 상사에게 충성을 다하는 심복같은 2인자가 있었다. 일처리는 깔끔하지만, 상사의 옳지 못한 지시에도 예스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갈 곳이 없었기도 했고 맡은 일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라 프리라이더 속에 내 할일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 보니 업무가 몰려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정시 퇴근인데 나 혼자와 그 심복 선배만 밤늦게까지 야근하곤 했다. 그런 과정에서 심복은 나 외에 팀원으로 들어온 2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당시 평판이 좋지 않던 나를 치켜세우고 그 둘보고 배우라고 하는데 나조차도 화끈거렸다. 그 둘은 경력직이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나이가 많은걸로 장유유서 하는건 아니지만 내가 듣기에도 그 발언은 좀 부끄러운데가 있었다. 내가 그런 칭찬을 들을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 둘도 내가 그런 칭찬을 들을만하다고 느끼진 않았을 것임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꿈에 나온건 그 보스였다. 나는 꿈에서 월급으로는 생활이 부족해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웨이팅하고 있는 그 상사를 딱 마주친 것이었다. 나는 꿈에서도 그게 꿈인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황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었는데, 내부에서는 그를 찾아도 없는 것이었다. 식당 내가 분리된 공간이어서 내가 A라는 공간에 있으면 그는 B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마주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꿈에서 깼다.


쉬는 날 아침에도 그런 꿈을 꾸다니, 어느새 회사는 내 무의식 내에도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그 악연이던 상사도. 뒤숭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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