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캠핑장은 수용소?

by 이서진

꽉 막혀 답답한 도시를 떠나 푸른 자연 속에서의 생활을 꿈꾸며 떠난 캠핑!

1박 2일 동안 오토캠핑장에 놀러 가면 뭘 하고 올까요??


<1박 2일 오토 캠핑장의 일지>

1일 차

- 13시 ~ 17시 : 보금자리 꾸미기!

캠핑카, 트레일러, 카라반, 카 루프 박스, 카 트렁크 등 한눈에 봐도 '캠핑 가는구나!'를 알 것만 같은 차들이 줄지어 들어옵니다. 여름이면 덥다고 겨울이면 춥다고 칭얼대는 아이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의 투정을 들을 여유가 없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뚝딱뚝딱 팩을 박고 텐트를 쳐야 되니까요. 버튼만 누르면 되는 에어텐트와 카 루프 텐트가 부럽기도 하지만 부러워할 시간도 아껴가며 부지런히 일 해야 됩니다. 폴대를 조립하고 뼈대를 세운 후 이너텐트도 쳐야 되거든요. 겨우 집 모양으로 완성됐지만 끝이 아니죠.

엄마는 텐트 안을 꾸며야 됩니다. 자충 매트와 이불, 베개를 준비해 놓고 주방을 꾸밉니다. 아이스박스와 테이블 자리를 잡은 후 준비해 온 맛있는 음식과 식기류를 챙깁니다.

아빠는 망치와 팩, 줄을 들고 다니면서 텐트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텐트 주위를 뻉 돌아가며 줄을 칩니다. 갑자기 비가 올 것을 대비해 텐트 주변에 도랑도 살짝 팝니다.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해도 안전하게 잘 수 있는 보금자리가 완성됐습니다. 굉장히(혼자서) 뿌듯합니다! 3분 정도? 잠시 쉬다가 타프를 또 칩니다. 언제쯤 끝날까요??

- 17시 ~ 20시 : 고생했으니까 먹읍시다!

개수대로 사람들이 모입니다. 코펠에 쌀을 담아와 씻는 사람, 상추와 마늘, 과일 등을 씻는 사람도 있습니다. 먹거리를 다 씻고 나면 이 집도 저 집 다 같이 고기를 굽습니다. 소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똑같이 화로대에 장작불을 피우고 삼삼오오 불 주위로 모여 고기를 구워 먹습니다. 숯불에 구운 고기와 갓 지은 밥! 집에 가 갖고 온 아삭아삭 한 김치와 신선한 쌈 채소! 거기에 낮부터 지금까지 줄곧 쉬지 않고 움직인 노동의 대가 '허기'라는 반찬이 있으니 밥 두세 그릇은 뚝딱입니다. 제 아무리 독하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캠핑장에서의 저녁을 거부하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20시 ~ 22시 : 에티켓 시간 전 마지막 파티!

저녁 식사 후 즐거운 2차를 위해 정리합니다. 음식물이 남아있으면 밤 새 고양이들이 텐트 주변을 기웃거릴 수 있으므로 귀찮아도 설거지는 꼭 합니다. 누군가 설거지통에 그릇을 잔뜩 담고 가 설거지를 하면, 남아있는 사람은 식탁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챙깁니다. 샤워실이 깨끗하다면 샤워를 시도하겠지만 하루 이틀쯤 씻지 않아도 큰일이 일어나진 않겠죠;; 세수와 양치를 시킨 후 잠옷으로 갈아입힙니다.

캠핑장에 도착한 후 지금까지 잠시도 쉬지 못하셨죠? 고생하셨습니다. 휴~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캠핑의 꽃이 시작됩니다. 두구두구~~ 뭘까요?? 바로, 멍불!입니다. 다른 것을 기대하신 것은 아니죠? 해야 할 것을 모두 끝낸 시간! 설거지와 아이들, 집안 단속을 끝낸 사람들은 순서대로 장작불 주위로 동그랗게 놓인 작은 캠핑 의자 위로로 둘러앉습니다. 휴식의 시간을 앞둔 사람들의 표정이 편안합니다. 은박지에 고구마를 싸서 알불에 넣거나, 밤에 칼집을 내 망 위에 올려놓기도 합니다. 맛있는 건 귀신같이 찾아내는 아이들은 마시멜로와 소시지를 꽂은 꼬치를 조심스럽게 불 위에 올려봅니다. 손에는 맥주 한 캔 혹은 따뜻한 차 한잔씩 들고 불을 바라봅니다. 멍하게 불을 바라보는 것만큼 세상 편한 게 없지요. 조용히 타들어가고 있는 장작과 시뻘건 불길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힘들었던 일이 모두 녹아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굳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불길이 꺼질 때까지 멍하게 있습니다. 새카만 시골 하늘과 시뻘건 불 속에 모든 것이 녹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2일 차

- 8시 ~ 12시 : 역시 1박 2일 캠핑은 고되구나ㅠㅠ

2일 차의 아침은....... 정말로 수용소 같습니다. 새벽부터 텐트에 맺힌 이슬을 수건으로 탁탁 털며 텐트를 말릴 준비를 합니다. 어제 먹다가 남은 고기와 라면, 즉석밥으로 아침을 후루룩 들이키듯 먹습니다.

그리고 어제 낮에 했던 일을 모두 반복합니다. 단, 거꾸로 말이죠. 침구류와 주방을 정리하고 텐트를 걷습니다. 텐트 폴대를 접고 차 트렁크에 테트리스를 하 듯 짐을 다 싣고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하면 끝!입니다. 한여름엔 텐트를 정리한 후 갈아입을 옷과 샤워 도구를 미리 챙겨놓습니다. 아무리 빨리 정리한다고 해도 족히 두 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기 때문이죠. 차에 에어컨을 켜놓고 5분 내로 샤워를 간단히 한 후 다시 차에 타면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 가족은 세 명! 1인 1 과자를 외치며 각자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먹으며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돌아오면 그야말로 꿀맛! 이랍니다!


이상으로 1박 2일 간 오토캠핑의 일정이었습니다.


오토캠핑은 개수대, 놀이시설, 물놀이,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토캠핑의 특성상 가족단위의 초, 중급 캠퍼들이 많습니다.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지요.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규격화돼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김새가 다르 듯이 텐트의 종류가 다르지만 먹는 것, 자는 것, 하는 것이 딱 고만고만합니다.


모양만 다른 텐트를 서로 열심히 치고, 똑같이 고기를 굽고 비슷한 간식을 먹다가 저녁 10시가 되면 에티켓 모드! 잠자리에 듭니다.


살짝 높은 곳에 올라 가 캠핑장의 모습을 바라보세요. 다닥다닥 붙은 텐트들! 비슷한 동선과 먹거리! 방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 정말 수용소와 흡사합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간혹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복잡한 일상을 떠나 자연 속에서 힐링하려고 왔는데 결국 여기서도 일상의 루틴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디서든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주 잠시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장소만 교외일 뿐, 행동양식이 바뀐 게 하나 없고 오히려 자연을 극복할 수 있는 최신장비들로 텐트 안이 비좁아지는데도 사람들은 도대체 왜 캠핑을 다니는 걸까요?


아마도 '내가 남과 별반 다르지 않다!'라는 사실을 확인하러 오는 것 같습니다.

도시에선 직업과 거주지가 달른 사람들은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인 양 살아갑니다. 저 사람은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이지 않을까? 나와 달리 뭔가 특별한 삶을 사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곳 캠핑장에 온 이상! 모두의 행동은 똑같아집니다.

의(따뜻하거나 시원한 편안한 옷), 식(고기와 밥), 주(비바람에 날아가지 않을 텐트)!

모두 '의식주'라는 인간의 아주 기본적인 욕구에 집중합니다.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도 바쁘고 버겁기 때문에 타인과 자신을 비교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비교한다고 해도 저 집이나 우리 집이나 똑같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을 타인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 바로 여기서 우리는 '안도감, 편안함'을 느낍니다.


사업, 회사 업무, 공부, 가족과의 불화 등 걱정할 시간도 별로 없습니다. 텐트 치기, 음식하기, 씻기 등 매 시간마다 해야 될 것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밤에 잠잘 때조차 '바람이 세게 불면 어쩌나, 고양이가 오지 않을까? 비는 안 오겠지?'라는 생사의 걱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의 근심 걱정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리고 낮 동안의 노동(?)으로 누우면 바로 잠에 들 수 있습니다. 조용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죠.


1박 2일 동안 캠핑을 오면 정말 쉴 시간 없이 계속 움직여야 돼 많이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주말만 되면 차가 터지도록 짐을 싣고 캠핑을 오는 이유는 바로,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캠핑장은

특별해지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바빠서 걱정할 시간도 없고

타인과의 비교로 속상해지지 않는 곳입니다!

이제 곧 시원한 가을입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선선한 가을은 캠퍼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지요.

아직 캠핑을 시도하지 못하고 계셨다면, 올 가을 오토캠핑장부터 도전해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여러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온 몸과 마음을 의, 식, 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실 겁니다. 꼭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