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 목적 : 사랑보다 끈끈한 '전우애!'

by 이서진

공무원이란 직업 특성상 주변에 '노처녀(우리끼리 부를 땐 골드미스)'가 많습니다.

최근에 친해진 언니도 역시 골드미스였습니다. 성격도 상냥하고 애교도 많은 언니가 왜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는지 궁금했지만 실례될까 싶어 묻지 못하던 차, 언니가 먼저 말했습니다.


"서진아, 내가 결혼을 왜 안 했냐면... 10년 전에 언니가 엄마한테 '엄마, 결혼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진다고 확답해주면 결혼할게.'라고 말했었거든! 그런데 엄마가 답을 못 해주는 거야~! 결혼을 해도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결혼을 안 했지."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저에게 이뤄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가 없기에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겠지만, 언니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언니, 결혼은 누가 행복을 보장해줘서 하는 게 아니야! 그 사람과 함께 하는 미래가 힘들다고 예상되고 주변에서 아무리 반대를 해도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될 때 하는 게 결혼이야."라고 말이죠.


여러분들에게도 그렇게 애틋한 사랑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 집 소파에 누워 몇 시간째 잠만 자고 있는 꼴 보기 싫은 저 아저씨!' '사랑스럽던 나의 소녀 대신 우리 집에 있는 저 뚱뚱하고 거친 아줌마!'입니다.

부모님의 반대와 걱정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운명이라고 확신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포기해도 함께 있을 수만 있기를 소망했던 그 사람입니다.


하. 지.. 만...!! 결혼은 생활입니다.

화장실을 나눠 쓰며 서로의 채취를 공유하게 되고, 니가 아님 내가 해야 되는 가사노동! '애는 나 혼자 낳았냐'며 솜털 보송보송한 천사 같은 아기를 사이에 두고 육아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죠. 아무리 '사랑'했어도(갑자기 과거형ㅋ) 미워 죽겠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 사람이 내가 사랑했던 '그 남자' 혹은 '그 여자'가 맞는지 혼란스럽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전우애'입니다. 같이 부대끼며 산 지 10년이 다 돼가는데 찌릿찌릿한 사랑의 감정은 살짝 얕아져도 됩니다. 흔히들 '의리'라고 말하는 '전우애'로 남은 생을 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럴 땐 '호텔'이 아니라 '캠핑장'으로 떠나시길 추천드립니다.


호텔에서 우아하게 거품목욕을 하며, 맛있는 조식을 먹고,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을 즐기는 것도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호텔에 가면 가족끼리 단합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이가 다 컸다면 각자 알아서 재밌게 놀면 됩니다. 제가 묵었던 호텔 중 두고두고 가족들과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추억보단 비싼 호텔에서 놀고 왔다는 인증샷만 남는 곳이 호텔입니다.


반면에, 앞서 말씀드렸듯이 캠핑은 '노동'의 연속입니다.

바로 "쌩고생"하러 가는 것입니다. 캠핑의 목적이죠!

그런데 이 쌩고생이 재밌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닌 가족과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다 같이 힘들여서 우리가 잠잘 곳을 만들어야 됩니다. 음식을 준비하지 않으면 굶어야 되며, 혹시라도 밤에 춥거나 비가 오면 '생사'를 걱정하며 가족끼리 꼭 껴안고 있는 값진 경험들! 호텔에선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도시의 삶은 육체적으로 편안합니다. 반면, 스트레스로 머리는 터질 것 같고 신경질은 바늘 끝보다 더 예리해집니다. 캠핑장에서의 생활은 그 반대입니다. 쉼 없이 몸을 움직여야 되고 '생사'를 걱정해야 되므로 사소한 업무 스트레스 따위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땡볕에 몇 시간을 땀 흘리며 텐트를 치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안해집니다. 당연합니다. '더워 죽겠다!'는 생각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도 '다음 주에 예고된 프레젠테이션, 거래처와의 미팅'이 걱정된다면... 몸이 덜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도 걱정 마세요! 밤새 혹은 집에 가기 전까지 캠핑장에서 해야 될 일은 아~주 많답니다. 곧 마음이 편안해지실 거예요^^


캠핑장은 보통 산속에 있기 때문에 11월쯤 되면 밤이 매우 춥습니다. 전기장판은 갖고 갔는데, 코드를 집에 놔두고 온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3살이었던 아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남편과 저는 아들을 가운데 눕힌 채 꼭 안고 자야 됐습니다. 뜨겁던 신혼 때도 잠들 땐 각자 편하게 누워 잤는데 결혼한 지 5년이 지나 밤새 손을 꼭 붙들고 잤습니다. 둥이가 잘 자고 있는지, 남편도 이불을 잘 덮고 있는지 밤새 서로 보살피느라 전기장판 코드를 놓고 온 상대를 탓할 마음도 잊었습니다. 아프지 않고 무사히 잠들 수 있는 이 순간, 체온을 나눠줄 수 있는 그 사람이 감사할 뿐입니다.


비 오고 태풍이 부는 날 캠핑을 해 보신 적 있나요? 남편이 그렇게 멋있게 보일 수가 없습니다. 혼자 그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비가 세지 않도록 텐트를 보수하고 필요한 물건을 공수(?) 해주는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가장(家長)'이 이런 것이구나!' 싶습니다. 저는 텐트 안에서 무서워하는 아이를 달래주고 살림살이들을 챙기고 있다가 남편이 들어오면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건네 줍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낮잠 자던 그 한심한 남자에 대한 기억을 사라지게 해 줍니다. '역시 집에 남자가 있어야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처음으로 해봅니다.


캠핑장엔 고양이와 쥐(?)들이 있습니다. 낮에는 눈에 안 띄더라도 사람들의 기척이 끊긴 늦은 밤, 새벽엔 음식물을 먹기 위해 텐트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거립니다. 저는 잠을 자다가 보통 1~2번은 화장실을 가는데 그때마다 불만 없이 같이 따라가 주는 남편이 너무 든든합니다. 플래시를 손에 든 남편한테 딱! 붙어서 손잡고 화장실까지 가는 길이 번거롭지만은 않습니다. '나를 보호하고, 화장실 밖에서 내 핸드백 들고 기다리던 연애시절 남편'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그럼 여자는 뭐 해?'라는 의문이 드시죠?

저는 음... 딱히 무엇인가를 하진 않습니다. 다만, 남편이 말하는 것을 해 줍니다. 텐트를 잡아주고 땅바닥에 널브러진 끈과 팩을 주워 담습니다. 망치가 필요하다고 하면 갖다 주고, 쌀이나 채소를 씻어달라고 하면 씻어줍니다. 한 번씩 믹스커피만 타 주면 저희 남편은 기분 좋아라 하는 단순한 사람입니다. 집에서는 남편에게 불만을 말하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제가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남편은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아들에게 '우리 아빠는 뭐든지 다 잘해!'라는 말을 듣는 것도 행복하다고 합니다. '물고기도 잡고, 텐트도 잡고, 밥도 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무엇이든 해결하는 아빠!'는 9살 아들에겐 아직 슈퍼맨으로 보이나 봅니다. 그 말을 들으면 저절로 힘이 난다고 하니! 제가 딱히 뭘 더 해 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 아들을 돌보는 건 제 몫입니다.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심심하지 않도록 함께 놀아줍니다. 집에서는 회사 다니느라, 살림하느라, 공부하느라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적었던 제가 캠핑장에서 할 일은 바로, 남편 혹은 아이와 '함께 있어주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족이더라도 각자의 삶을 살기 위한 '나만 할 수 있는 과업'을 수행하느라 바쁩니다. 사무실, 가정, 학교라는 별도의 공간에서 다른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남편, 아이, 아내를 이해 못 해 상처를 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캠핑은 가족이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하게 해 줍니다. 캠핑장에 있는 시간만큼은 같이 똘똘 뭉쳐야 안전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캠핑의 힘!' 입니다. '자연 속에서의 힐링'과 '거리두기'도 물론 좋지만, 꾸준히 캠핑족이 증가하는 이유는 가족끼리 단결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이것이 바로 제가 말씀드린 '전우애'입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되는' 유일하고 가장 소중한 사람,

'가족'과 함께 캠핑장에서 '전우애'를 꼭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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