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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Feb 13. 2024

아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 남편

결국 다시 입원했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엄마는 젊은 딸의 입원 수속 후 집으로 돌아갔다.

친정이 아닌, 우리 집으로.

이른 봄방학을  외손주를 돌보기 위해. 외손주 보단 옆에 있고 싶다고 말하며.


그래서 지금 나는 혼자다.

'신경외과'라는 특수성 때문에 거동을 못하시는 할머니들이 전부인 병실.

내가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새댁이 왔다며 반기는 할머니들.


그 할머니들껜 죄송하지만 혼자 쉬고 싶어서 사방으로 커튼을 쳤다.

아픈 것과 별개로 생각이 샘솟았다.


설연휴 중 시댁 식구들과의 모임이 생각났다.

남편은 무슨 이유에선지 아들 둥이의 상태를 시댁에 알리지 않았다. 둥이가 ADHD인 것도 지능이 많이 낮은 것도 시댁 식구들은 아무도 모른다.


부끄러운가? 자존심이 상하나? 아니면 금방 낳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인지.


형님은 둥이의 과격하고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보시곤 당황하셨다.

  "너 그러면 사람들이 ADHD라고 놀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형님을 보고도 남편은 침묵했다.

  "아니야, 나 ADHD 아니야. 그건 많이 이상한 거잖아."라고 받아치는 둥이.


언젠가 자신이 ADHD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도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나는 둥이가 ADHD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기 바랐다. 비타민을 먹듯이 약을 꾸준히 된다고, 전염 병도 아니고 불치병도 아니라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환자들의 사례도 함께 봤다.

그런데 형님의 말씀은 나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둥이의 상황을, 누구에게 어디까지 말해야 될까.'라는 의문에 대한 나의 답은 하나였다.

'엉뚱하고 느린 둥이의 행동을 오해받게 하지 말자, 둥이를 지도하는 분에겐 말씀드리자!'였다.

그래서 지능검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렸고, 학원 선생님께도 순차적으로 알렸다.

 

집으로 돌아가신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집안을 좀 더 정리하면  학습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요새 애들이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데 너희도 투자를 해라, 피아노는 가르치니?'등 하나같이 날 아프게 하는 말들.

아무것도 모르는 형님은 우리 부부가, 아기 때부터 둥이를 봐준 친정엄마가 답답해 보였을 것이다. 아이의 학습이나 생활지도에 손 놓고 방관하는 사람들로 보였을 것이다. 

설마... 내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나는 우리 가족이, 둥이가 받고 있는 오해를 풀고 싶었다.

  "형님에게 둥이 얘기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좀 더 생각해 볼게."

남편의 대답은 변하지 않는다.

무엇을 더 생각해야 되는 것일까.

내가 형님께 말씀드려도 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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