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행복의 기원
저자 : 서은국
출판사 : 21세기북스
“행복감을 인간이 왜 느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생존, 그리고 번식”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다.
이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
쾌락의 빈도
나의 쾌락은 무엇일까. 내게 쾌락을 느끼는 것을 나열하려다 포기했다. 결국 하나였기 때문이다.
내가 정한 일을 하는 것.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하루에 30분 글 적기, 50페이지씩 책 읽기, 필사 한 바닥, 집 청소, 빨래하기 등. 돈이나 시간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하기에 엄청 어려운 것들도 아니다. 하면 되는 것, 매일 하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 모두 별 것 아닌 것들이었다. 그럼 난 쾌락을 느끼기 쉬운 사람이고 행복한 사람이겠구나. 그런데 왜 난......?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키가 커지려는 노력만큼 덧없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그래도 행복에 있어서 유전적 개입을 부인하는 학자는 없다.
학자에 따라 다소 의견이 다른 통계적 수치지만, 학계의 통상적인 견해는 행복 개인차의 약 50퍼센트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긍정성 또한 행복한 사람들이 이미 갖고 있는 증상인 경우가 많다. 누군가를 어느 정도 ‘이미 행복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상당 부분 타고난 기질이다.
아하, 유전!
아, 유전 때문이었구나.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 내 몸속에 어딘가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각인된 유전의 힘을 내가 이길 수 있나. 타고난 기질을 어떻게 하랴.
안심된다. 내 의지가 약해서,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해서 행복감을 유난히 덜 느끼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든든한 내 편을 만난 것 같았다.
인생의 어떤 변화가 생기는 순간과 그 변화가 자리 잡은 뒤의 구체적인 경험은 차이가 있다. (중략) 재벌가 며느리가 되는 것(becoming)과 그 집안 며느리가 되어 하루하루를 사는 것(being)은 아주 다른 얘기다. (중략) 그래서 ‘쾌락의 쳇바퀴’라는 표현이 오래전부터 학계에서 쓰여 왔다. 적응 때문에, 그 무엇을 얻어도 행복은 결국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뜻이다. (중략) 그래서 행복은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소멸되기 때문에, 커다란 기쁨 한 번 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이것만 된다면,
행복해질 텐데......라고 바랐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한다면, 취직만 한다면, 그 사람과 결혼할 수만 있다면, 아이가 건강하게만 태어난다면, 하루 종일 글을 적을 수 있다면...... 행복할 텐데. 많은 것을 성취했지만 여전히 갈구하는 것은 쾌락의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기도.
유전적 영향에 의해 외향성 수치는 어느 정도 정해지며, 그 외향성의 정도가 개인의 행복 수치와 깊은 관련을 맺는다. 내향적인 사람들도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이런 사회적 스트레스를 더 예민하게,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경험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서 한발 뒷걸음질 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사람이 싫은 것과는 다른 얘기다.
나도 사람이 좋다.
단, 나만의 규칙이 있다. 세명 이상과는 만나지 않는다. 반나절 이상을 함께 보내지 않는다. 가급적 문자로 소통한다, 등이다. 이런 규칙들이 지켜질 수 있게 잘 컨트롤하면서 사람을 만나면 힘들지 않다. 나는 아마도 외향적 수치가 많이 낮은가 보다.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 되는 생각을 자주 하라는 처방을 내리는 의사는 없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지침들은 대부분 그렇다. “불행하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이다. 불행한 사람에게 생각을 바꾸라는 것은 손에 못이 박힌 사람에게 “아프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