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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위해 모든 고통 버텼던 삶

클래식 시네마 3 <샤인>


실화 바탕으로 한 클래식 음악 영화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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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샤인>은 클래식 음악 영화의 전설과 같은 작품입니다. 이미 수많은 클래식 음악 영화들이 있지만, 이 작품은 조금 더 특별한 것 같아요. 올해 만 72세가 된 노익장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인데요. 그의 모든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스크린에서 흐릅니다.


그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습니다. 심금을 울릴 수밖에요. 가정 폭력과 비뚤어진 자녀애착을 가졌던 그의 아버지, 공병 등의 폐기물을 온 가족이 수거하며 연명했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아이직 스턴의 초청으로 미국 유학길에 오르려다 아버지의 반대로 무산된 일, 아버지를 떠나 런던왕립학교에 다니던 중 콩쿠르에서 우승한 일, 패닉과 불안장애 등 신경 증상을 앓아 10년 간 피아노를 치지 말라는 처방을 받았던 일, 가족에게 버림받아 집도 없이 떠돌던 일, 동네의 허름한 식당에서 우연히 연주를 시작해 다시 피아노를 연주하게 된 일, 운명의 여인 길리안을 만난 일, 그녀와 결혼 후 피아니스트로 재기한 일 등은 한 편의 감동드라마이기에 충분하니까요.


현재 그는 세계 여러 지역을 다니며 연주회를 열고 있습니다. 1996년 <샤인>의 개봉 이후 전 세계에서 그의 연주를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이 생겨났기 때문인데요. 연주자에게 무대가 생긴다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인생은 공평하다는 말이 그에게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성인이 되기 전 그가 겪었던 고난이 무색하리만큼, 행복한 인생의 후반부를 달려가는 그의 행보에 많은 팬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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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하여


이 영화는 데이비드 헬프갓이 가족 대신 음악을 선택한 이후의 일들을 덤덤하게 그려냈습니다. 굉장히 아플 수 있는 감정들을 음악으로 감싸는 듯해요. 특히 모든 것을 버리고 음악에 몰두했던 그가 콩쿠르 무대에서 쓰러진 사건 이후의 이야기들까지 도요. 결국 모든 문제를 스스로 이겨내고, 다시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길고 긴 여정을 클래식 음악과 함께 보여줍니다. 그 점이 참 매력적인 작품 같아요. 영화 속 대부분의 피아노 음악은 데이비드 헬프갓이 직접 연주했는데요. 희망이라는 끈을 찾을 수 없었던 데이비드 헬프갓의 삶을 아름답게 또 실감나게 보여주기에 좋은 선택이었죠.


참 이 영화에서 라흐마니노프가 <샤인>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는 굉장한데요.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 두 분의 음악 선생까지 모두 라흐마니노프를 음악적 산과 같이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무시무시하면서도 숨 막힐 것 같은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데요. 또 누구나 연주할 수 없어서 더 매력적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데이비드 헬프갓이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 장면이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장면 같아요. 그 무대를 기점으로 그의 신경 증상이 발현했다는 것도 한 몫 하고요. 모든 것을 버리고 음악을 선택했지만, 가족에게도 버림받았던 그의 삶에 다시 피아노와 사랑이 깃든 모습이 깊은 여운을 자아내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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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을 빛낸 음악 3곡

150분의 러닝타임 중 클래식 음악은 대략 11곡정도 등장합니다. 물론 데이비드 헬프갓이 직접 연주한 작품도 포함해서요. 가족을 떠나 음악을 선택했던 그의 파란만장했던 인생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했습니다.

쇼팽 <폴로네즈, op.53>

아버지 피터 헬프갓에게 피아노를 배웠던 어린 시절의 데이비드 헬프갓.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 지역의 작은 콩쿠르에 참가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음악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업라이트 피아노의 바퀴가 고정되지 않아서 데이비드 헬프갓이 연주할 때 마다 피아노가 밀려 결국 벽까지 굴러가는데도 끝까지 연주한 점입니다.


파가니니 <라 캄파넬라> 리스트 편곡판

데이비드 헬프갓의 런던 유학 시절과 결혼 후 재기 연주회 총 2번 흐르는 작품입니다. 새로운 시작의 순간에 연주했던 만큼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데요. 가족과 집을 떠나 음악을 선택했던 첫 장면에서 이 음악을 연주합니다. 극적인 시간들을 이겨낸 그가 결혼 후 재기하는 첫 번째 연주회에서 당당하고 힘찬 이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데이비드 헬프갓이 어린 시절부터 연주해보고 싶었던 인생 작품입니다. 실제로 영화에 흐르는 음악도 그가 직접 연주한 음원이고요. 그는 영국 유학 중 왕립음악학교의 세실 교수에게 이 작품을 배우고요. 콩쿠르 결선 무대라는 최고의 순간 이 작품을 연주합니다. 절연한 그의 아버지도 먼 거리에서 실황으로 아들의 연주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등 의미 있는 음악으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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