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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meboy Sep 21. 2021

Who am I?

취업 준비를 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나는 어떤 사람인가? 평생 스스로 물어봤던 질문이지만 코시국의 발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해서 연장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취준의 늪에 빠지면서 더욱 생각이 깊어졌다. 나는 남에게 나 자신을 소개할 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나는 워낙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서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나는 가면이 많은 사람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여러 종류의 가면을 쓰고 살아왔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나의 본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전혀 따갑지 않고 그들 앞에서는 나가장 편하고 나다운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러나 내가 속한 몇몇 곳에서는 가면을 쓰고 있음에도 그게 나의 모습 일부라고 착각하는 때도 있다. 나는 그 가면들이 나의 본모습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면을 쓰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서 벗을 생각을 쉽게 못 한다. 만약 나의 본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내가 쓴 가면들에 대해 알게 된다면 충격받고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의 가치관과 상반되는 가면을 쓰고선 마치 그 모습이 진짜 나인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나는 쉽게 물든다.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잘 받고 그 사람들에게 잘 호응해주면서 동질감을 느끼며 혼자 위안받는다. 그리고 이렇게 행동하면서 나에 대한 시선이 좋아질 때 나는 그 느낌에 안도하게 된다. 나의 본모습으로는 이런 소속감을 느끼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래 왔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 엄청 신경 쓰고 의식한다. 나는 살아오면서 좋은 사람들도 물론 주변에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답지 않은 행동들을 하고 다니는 나 자신을 어느 날 발견하게 된다. 일종의 허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선택과 판단은 나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나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혼자만의 착각일까 봐 너무 두렵다. 그래서 나의 모습을 그대로 알아봐 주는 사람이 나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게으른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브런치에 글을 자주 올리지는 않지만 티끌 모아 태산으로 나의 개인적 경험들과 고찰들을 쌓아 올리다 보면 언젠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쓴 글로 인해 표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겠다는 생각을 의식하면서 또 다른 가면을 쓰고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윤종신의 <Slow Starter>라는 곡의 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너무 부족하다고 매일 메꾸려 했던 그 팔에는 흐르던 땀은 증발하지 않아 차곡차곡 내 빈틈에 이야기로 차…."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나의 글들도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는 나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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