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아주 단풍 들다

by 장미

끓는 물에 어머니는

하얀 분 우러나는 푸른 명아주 순을 넣었다


푸름보다 더 푸르러지기 위해서는

푸름이 익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신열 머금은 듯 뜨거운 명아주 순을 보고 알았다


햇살 따사로운 날 땅은

어머니 가슴처럼 부드러웠고

그 부드러운 땅에 펼쳐진 발 위에

어머니는 명아주 순을 무심히 툭툭 던졌다


하얀 분 우러나던 명아주 순은

푸른 독 뜨겁게 가슴으로 익힌 명아주 순은

검은 미역처럼 마르고

어머니는 자주 명아주 나물을 상에 올렸다


찬 바람 불기 시작한 어머니 무덤 가

하얀 분칠 고왔던 명아주 푸른 잎들에도

붉은 단풍 물이 들었다


청려장이 되기 전

어린 명아주에 기대 산 어머니의

푸른 시절이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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