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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gomies Aug 24. 2020

두근거리는 스웨덴에서의 새 출발

조금 늦은 나이에 시작한 부부의 스웨덴 유학생활

처음 우리가 스웨덴으로 가게 되었다고 이야기했을 때, 많은 주변 분들이 걱정했다.

‘너희는 유학을 가기엔 나이도 많고,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잘 잡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 떠나니?’


우리 부부는 비록 나이가 많지만,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오늘이니까,

마음속에서 키워왔던 꿈을 위해 지금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대가로 얻은 것들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7년 반을 다녔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비행기표를 끊었다.

걱정 반 설렘 반.

학교에서 정말 오랜만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 그녀의 8월


8월 1일. KTH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의 Arrival Day! 올 해에는 8/1과 8/15일 이틀이다.

Arrival Day에는 International 학생들을 위한 행사들이 정말 많은데, 가장 좋은 건 Stockholm Arlanda 공항에서부터 셔틀버스를 타고 학교로 이동할 수가 있다.

교통비가 무료이기도 하고,

혼자 간 외국에서 나를 반겨주고 안내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너무 든든하니까 :-)

이날 도착하려고 조금 비싼 비행기 표를 끊었다.


하. 지. 만.

Arrival Day엔 Finnair를 타고 가는 유학생들이 많았고,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작은 비행기에 나의 가방은 실리지 못했다.....

비행기가 출발할 때, 창문 넘어 활주로에 남아있는 내 가방을 발견하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역시나 나오지 않음

안내 창구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가서 짐을 부쳐줄 것을 신청했고, 이틀 후 기숙사로 배송해주기로 했다.

핸드캐리로 꼭 필요한 짐을 영차영차 가져오는 준비를 했기 때문에, 오히려 무거운 가방을 배달해 준다니 너무 행운이었다.

Lucky, 시작이 좋다!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KTH entre에 도착.

Bedding Kit도 받고(IKEA제품), 학교 건물 access 카드, 기숙사 열쇠 등을 받는다.

2020.08.01 Arrival Day. pm 8:00  도착하자 마자 찍은 동영상 스틸컷.  스톡홀름의 여름은 해가 참 길다

내 기숙사는 2인을 위한 studio로 메인 캠퍼스에 위치한 굉장히 새로 지어진 건물이다.

IKEA의 나라답게 모든 가구와 조명은 IKEA제품

다음번에 기숙사를 한번 예쁘게 담아봐야겠다.



사실 내가 개강보다 일찍 도착하게 된 것은 Pressesional English Course가 있기 때문인데, 약 3주간 진행되며 Academic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수업이다.

많은 유럽 친구들은 영어 대신에 Swedish 코스를 들었지만, 나는 영어가 많이 부족하므로 이 수업을 선택.

영어 수업을 하면서도 느낀 거지만, 외국은 정말 정말 정말 토론식의 수업이 많다.

유학생활이 처음인 전형적인 한국인인 나는 처음에 굉장히 쑥스러웠다...

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하하

2020.08.12 English course treasure hunt 시간. KTH 중앙 건물 테라스에서 바라본 스톡홀름.


자 이제부터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야 할까.


8월에는 THS International에서 주최하는 국제 학생들을 위한 많은 행사들이 있다.

석사과정뿐만 아니라 교환학생, 박사과정 학생들 모두 등록하면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buddy meeting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웨덴 학생이 스톡홀름 살이의 꿀팁을 전수해주고,

외국인들과 친해질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나는 조금 늦게 등록한 탓에 인기 많은 kayak 같은 프로그램은 모두 매진이었고,

볼링, movie night, skansen 투어, board game 등을 선택했다.

이 활동들을 통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꽉 찬 8월 한 달을 보낼 수 있었다.

Skansen은 open museum으로 Nordic 전통 가옥들과 많은 동물들도 함께 볼 수 있어서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참 많았다.

2020.08.09 Skansen. 아쿠아리움을 비롯하여 동물 종류도 많고 볼거리가 쏠쏠하다.



스톡홀름에서 3주를 보내는 동안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는 해가 떠있는 시간이다.

북유럽의 여름은 해가 정말 길다.

5시가 되면 해가 떠서 처음 도착했을 땐 아침잠 많던 내가 새벽마다 놀래서 깼다.

지금은..? 적응이 되었는지 해가 떠도 깨지 않는다.. 알람 소리가 들릴 때 일어난다. 하하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 ^_^;

저녁에도 해가 정말 늦게 지는데, 거진 9시가 되어야 어둡다는 느낌이 든다.

매일매일 나를 반기는 태양과, 파란 하늘과, 푸르른 녹음이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계속 실감 나게 해 준다.

여름 액티비티 종류도 정말 많은데,

kayak이나 수상스키 등을 비롯하여 lake swimming을 정말 많이 한다.

주말에 영어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과 lake swimming을 갔다가 아주 까맣게 타서 돌아왔다. 헤헤

친구 한 명이 수영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런 말을 했다.


"이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 거야. 그러려면 수영도 더 많이 하고 하이킹도 더 많이 해야겠지?"


다시금 스웨덴 여름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나도 이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보내기로 결심했다.

수업 시작 전까지 더 많이 즐기자 :-)

2020.08.15 학교 근처에서 호수 수영하기. 선탠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

 


떠나기 전 했던 모든 근심과 걱정을 모두 떨쳐버릴 수 있을 만큼 행복한 한 달을 보냈다.

드디어 남편이 스웨덴으로 온다.

회사 CC였기 때문에 365일 함께했던 우리는 이렇게 떨어져 있던 적이 처음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만나면 서로를 많이 다독여주자!


그리고, 우리 여기서 앞으로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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