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
드디어 스웨덴에 왔다! 나는 핀에어를 이용해 인천 - 헬싱키 - 스톡홀름으로 입국했는데, 핸드캐리 했던 밥통 덕분에 꽤나 힘든 여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녀석을 너무나 요긴하게 잘 쓰고 있어서 뿌듯하다. 예상대로 헬싱키 공항은 매우 한산했고 대부분의 면세점들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에서 짐을 찾기 위해 기다리는 중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그 진동은 분명 반가운 진동이었다.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나서 우리는 드디어 동일한 타임존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내가 도착할 땐 짐이 늦게 도착하여 다음날 delivery service를 해주었는데 나도 짐이 너무 많고 무거워서 내심 짐이 안 나오기를 바랐지만 모두 무사히 나와버렸고(?) 카트에 싣고 출구로 나가는 길. 설레고, 긴장도 되고 아내를 보면 무슨 말부터 할까?
입국장 앞에서 웰컴 사인을 들고 기다리는 아내를 보고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 가까이서 보니 한 달 만에 아내는 많이 야위어 보였다. 혼자서 많이 힘들었나 ㅠ 마음이 좀 찡했다. 짧은 재회를 마치고 우리는 현실을 인지했다. 이 짐들을 어떻게 가져갈지... 대략 이민가방, 캐리어 2개, 핸드캐리 물품들이 있었는데 이것들을 가지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상상을 하니 아찔했다. 우리는 좀 비싸더라도 택시를 타기로 하였고 곧장 KTH 캠퍼스로 향했다. 가격은 고정 가격(FP라고 미터기에 찍힌다)이었고 7만 원 좀 안 되는 수준이었다. 택시 안에서 아내와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기숙사에 도착하였고, 그렇게 나의 스웨덴 생활이 시작되었다. (정확하지 않지만 25분 정도 걸린 듯하다.)
나는 공부를 하기 위해 온 아내의 family member로써 거주허가를 받았고 스웨덴에 왔다. 그동안 약 8년간 회사를 다니다 퇴사를 하고 낯선 타국에 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다음 해에 나도 석사 지원을 하기 위해 prerequsite 조건에 맞는 몇몇 강의를 수강하고 있지만 뭔가 나의 Roll을 정해야 했다. 당장 스웨덴에서 취업을 하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 되는 것이 아니고, 당장 아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아내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옆에서 support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웨덴에 입국한 지 약 보름이 지난 현재 나는 청소, 빨래, 요리, 건강식품 챙기기 등을 하고 있다. 또한 생활비용을 줄이기 위해 놀랍게도 가계부를 적고 있고, 장 볼 때 필요한 물품을 체크하며, 냉장고 안의 재료들의 유통기한을 기억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주부의 업무를 다하고 있다. 생전 안 하던 일들이지만 생각보다 적성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 가끔 건강식품 챙겨 먹일 때 안 먹는다고 떼쓰는 아내를 보면 과거의 내가 엄마에게 못되게 했던 것이 떠오르곤 한다.
'미안해요 엄마'
나는 현재 아내의 남편이자 엄마 같은 존재로써 스웨덴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한국음식을 스웨덴에서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최근엔 김치도 담굼ㅋㅋ)
스웨덴에 와서 가장 먼저 했던 일들을 정리해봤다. 인터넷에 자료가 많은 내용이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고 중요한 사항이니 반복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스웨덴에 도착하면 UT카드(거주허가 카드) 신청을 먼저 하게 된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스웨덴에 오기 전 한국에서 대사관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사실 최종 목표는 ID card를 받기 위함인데, ID card가 없으면 여러모로 불편하다. 은행 계좌를 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할인을 받기 위한 멤버십 가입도 제한적이며 결정적으로 한국 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여권을 보여주고 서명을 해야 하니.. 꽤나 번거롭다. 거주허가 카드 신청은 매우 쉽다. 미리 예약해둔 날짜에 이민청에 방문하여 지문등록 및 사진을 찍으면 보통 7 working days 안에 온다고 한다. 주의사항은 예약해둔 날짜의 자신이 예약한 시간에 정확하게 맞추어 가야지 기다림 없이 입장 가능하다. 현재 코로나 이슈로 인해 건물 내 인원을 컨트롤하기 때문에, 자기가 예약한 시간 전에는 입장이 불가하다. 나는 12시 30분 예약이었는데 11시 40분쯤 도착해서 무척 오래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건물에 들어가면 키오스크가 있고, 그곳에서 자신의 예약 코드나 QR코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waiting 리스트에 추가가 된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예약번호와 창구 번호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해당 창구로 가면 된다. 지문등록 및 사진 촬영을 하고 카드를 우편으로 수령할지 직접 이민청에서 픽업할지 물어본다. 나는 우편으로 신청했고 메일박스에 자신의 Full name이 명시되어있어야 한다고 직원이 설명해주었다. 약 4일 후에 우편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아내는 이미 UT카드 수령 및 PN신청을 해놓은 상태였는데 우편으로 무언가 도착해서 보았더니 PN 신청 시 제출했던 서류가 미비하여 다시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제출했던 혼인증명서가 원본이 아니라며 원본을 다시 제출하라는 것과 우리 기숙사에 이전에 살던 커플이 서류상 전출되어 있지 않아 기숙사 계약서도 함께 제출하라고 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발행받은 혼인증명서를 영문으로 번역하여 제출했었다. 분명 거주허가를 받기 위해 해당 문서를 제출할 때는 아무 문제 삼지 않았기에 뭔가 이상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스웨덴에서 원본이라고 인정할만한 문서를 제출해야 했다. 당장 인터넷으로 발급받을 수 있는 영문 혼인증명서는 없었고 대부분 한국대행업체를 통한 번역&공증뿐이었다. 이 방법을 택한다면 한글 문서를 대행업체에 보낸 후 번역과 공증이 완료되면 국제우편으로 문서를 보내준다. 하지만 skatteverket에서 명시한 due date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라 대행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었다. 검색을 통해 다른 방법을 알아보다가 주 스웨덴 한국대사관에서 번역&공증업무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음날 바로 가서 가지고 있는 혼인증명서, 영문 번역본을 공증을 받았다.
https://goo.gl/maps/8QN8cXyXFeKExSSZ8
가격은 36 크로나로 대행업체를 통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시간도 절약 가능하다. 우리는 공증만 받았기에 번역까지 받으면 비용이 추가될 것이고, 무엇보다 대사관 공증업무는 대부분 당일에 발급해준다고 하니 급하신 분들에게 유용할듯하다. 우리는 공증받은 문서를 가지고 바로 skatteverket 들러 다시 제출하였다.
며칠 뒤, 나의 PN을 신청하기 위해 skatteverket에 다시 방문하였다. 따로 예약하지 않고 방문하였고, UT카드, 여권, 거주허가문서, 공증받은 혼인증명서 등을 가지고 갔다. 며칠 전 아내가 제출했던 혼인증명서가 효력이 인정되어 정상적으로 PN이 발급되었다고 창구에서 알려주었고, 덕분에 나도 추가 증명 없이 PN 신청을 완료할 수 있었다. 프로세스는 일주에서 2달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하는데 최근 아내의 경우를 보면 그렇게 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스웨덴에 1년 이상 거주하는 분들 그리고 워킹홀리데이로 입국하시는 분들도 워홀 비자 시작 전에 미리 입국하여(무비자 체류기간) PN신청 가능하답니다.
PN발급이 완료되었으면 드디어 ID카드를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서 ID카드를 발행할 수 있는 지역의 office를 검색하여 위치를 확인한다.
검색한 Office 정보에서 방문예약 사이트로 이동할 수도 있고 바로예약하기를 통해서 바로 예약을 할 수도 있다.
스톡홀름 기준 kungsholmen에 사무실이 하나 있고 가장 빠른 날짜는 현재 기준(9월 16일) 10월 7일이다..
PN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미리 예약해두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다..
주의할 점은 방문하기 전 ID카드 발급비용을 미리 결제한 후 예약한 당일 영수증을 지침 하여 가야 한다. 비용은 400kr로 아직 스웨덴 은행계좌가 없으니 한국은행에서 이체를 해야 했다.(카드결제 불가) swift를 통해 400kr를 이체하는데 150kr정도가 대행 비용으로 추가된다.. 게다가 환전 수수료 또한 지불해야 하니 550kr 이상이 드는 셈이다. swift를 통한 이체서비스는 완료까지 약 2일 이상 걸린다. 발급비용까지 결제 완료했으면 영수증을 지참하고 방문하는 일만 남았다.
커버 이미지 및 사진 출처 : 작가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