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담, 엄마가 된 온도] 2. 너의 첫날, 나의 첫날

너의 첫 울음이 눈처럼 내리던 어느날

너의 첫 울음이 눈처럼 내리던 어느날


콤콤아, 입원 전날까지도 엄마는 출산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았어. 아빠랑 “이제 먹기 어렵겠지” 하며 구워주는 고기집에 가서 고기를 먹었고, 출산병원 근처에서 인생 네 컷을 찍으며 그 순간을 남겼지.

‘내가 엄마가 되다니’라는 생각보다는, 막달이 되니 ‘내일이면 드디어 무거운 몸에서 해방되는구나’ 싶었어.

처음 태어난 순간 수건에 감싸진 너의 모습

예정된 수술 시간은 12시 30분이었는데, 앞 수술이 조금 밀려 1시로 변경되었어. 12시 30분쯤 선생님이랑 함께 수술장으로 내려가고, 12시 45분에 마취가 시작되었지. 그리고 1시 5분, 드디어 콤콤이 네가 세상에 나왔어. (키 50cm, 몸무게 3.63kg, A⁺)

엄마는 네가 세상에 나오고 처음 들은 울음소리를 아직도 기억해. 그 울음이 너무 커서 선생님께 “아기가 원래 저렇게 크게 우나요?”라고 물었단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어.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아가야, 우리 긴 여정을 함께해보자.’


엄마가 가장 먼저 콤콤이를 봤고, 이후 아빠가 네 건강 상태를 확인했어. 흰 수건에 둘러싸인 쪼꼬미 너, 자지러지게 울며 팔을 흔드는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대견했는지 몰라. 생각보다 작은 너를 보니 빨리 안아보고 싶고, 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어. 하지만 엄마는 제왕절개를 해서 수술 당일엔 몸을 움직이기 어려웠고, 그날은 아빠만 너를 보러 갔단다. 매번 면회를 다녀온 아빠는 “너무 귀엽다”며 싱글벙글 웃었고, 그 모습이 아직도 엄마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어.

매일같이 너를보러가면 너는 같은 표정이었지, 하품하거나 자거나..

네가 태어난 병원은 하루 한 번, 5분 내외로만 면회가 가능했어. 그마저도 선착순으로 등록해야 했지. 감염병을 대비한 시스템이었지만, 엄마아빠에게는 너무 짧고 아쉬운 시간이었단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부모님들이 자신의 아기를 보기 위해 쪼르르 달려오는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어. ‘할머니, 할아버지도 엄마랑 아빠가 태어났을 때 이렇게 달려오셨겠구나.’ 세대는 달라도 마음은 같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단다.


조금씩 회복이 되어 드디어 아빠와 함께 면회에 갔을 때, 엄마는 너를 보고 순간 멈칫했어.
“엇… 두꺼비가… 내 아들?” 하고 속으로 중얼거렸지. 선생님께 “우리 아이 맞나요?”라고 묻기도 했단다. 알고 보니 양수가 빠지지 않아서 얼굴이 부어 있었고,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너의 얼굴이 또렷해지더라. 세상에나, 그전에도 작고 소중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때부터는 마냥 귀엽고 잘생겨 보이기 시작했어.

면회실 안에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들 사이에서도 너는 유난히 조용하고 평온했어. 눈을 뜨고 가만히 엄마아빠를 바라보는 너를 보며 우리 둘은 속으로 이야기했지. “제발 집에서도 이 모습 그대로면 좋겠다…” 짧은 면회 시간이었지만 하루하루 너의 표정과 얼굴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신기했어. 어느 날은 엄마를 닮은 것 같고, 또 어느 날은 아빠를 꼭 닮은 것 같았지. 그 작은 얼굴 안에서 우리 둘의 모습이 번갈아 보인다는 게 참 이상하면서도 사랑스러웠어.

하품만 해도 귀엽다 너.

콤콤아, 이제 곧 집으로 갈 거야. 아마 현실은 생각보다 정신없고, 육아는 상상보다 버거울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너를 품었던 시간, 너를 처음 본 순간,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그날 이후, 엄마의 세상은 조금 달라졌어. 하루의 시작과 끝이 너로 채워지고, 작은 숨결 하나에도 마음이 일렁이더라. 곧 현실에 부딪히는 날이 오겠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그냥 감사하려 해.

세상에 처음 인사하던 그날의 너처럼, 엄마도 매일 조금씩 다시 태어나고 있으니까.


우리의 첫 겨울이 시작된 날에,
사랑해, 하담아.

2022년 12월, 하담이를 만난 후 어느날 엄마가.

매거진의 이전글[하담, 엄마가 된 온도] 1. 배 속의 계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