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조금 더 자자'는 생각과 욕망이 온몸을 짓눌렀다. 나는 그 유혹에 항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 가서 인증샷을 찍어야만 알람이 꺼지는 앱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 종료 같은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돈값은 하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얄밉다. 어제 분명 밤 10시 전에 잠들었는데도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 시간대에 무슨 마법이라도 걸려 있는 걸까.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인증샷을 찍어 알람을 끄고 거울을 잠시 쳐다봤다. 다시 잘까 말까. 수없이 다시 자봤지만, 피로가 가시기는커녕 온종일 후회만 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치약을 묻힌 칫솔을 입에 물고 영혼 없이 이를 닦았다. 세수도 대충 했다.
집 근처 무인 카페로 가서 6시까지 글을 쓴 다음, 30분 정도 달리기를 하고 집에 돌아올 계획이었다. 전날 미리 챙겨둔 운동복을 입고, 노트북을 넣어둔 가방을 메고 나가려는데 창문 밖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쌀쌀했다. 어느덧 가을이었다. 셔츠를 챙기지 않은 게 실수였다. 잠귀 밝은 아내를 깨울까 봐 안방에 들어가기 싫었지만, 추운 건 더 싫었다. 최대한 살금살금 기어들어갔지만 옷장 문을 열기도 전에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