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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Apr 14. 2024

1년 동안 글만 쓰다 보니 생긴 일

꾸준히만 하면 좋은 일이 생기나 보다


작년 봄, 그러니까 2023년 3월부터 브런치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써왔다(내 기억이 틀린 게 아니라면). 마치 글쓰기라는 행위에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면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해, 출근해서도 글을 쓰고, 퇴근해서도 글쓰기를 하다 잠에 들 만큼 온종일 글쓰기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글을 와중에 브런치를 통한 새로운 제안(특히 출간제안)을 맘 속으로 내내 바라긴 했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훨씬 더 많이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정말 브런치에 등록된 메일로 출간제안을 해 온 출판사가 한 군데도 아니고 두 군데나 있었다. 두 곳 모두 브런치에 발행했던 브런치북을 토대로 책을 내보자고 했었다. 맨 처음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뜬 '새로운 제안 - 출간/기고'의 알림을 목격했을 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나도 출간 작가가 되어보는 건가 했다.


하지만 들뜬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고, 출간제안을 했던 출판사가 출간한 책들을 검색해 봤더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날 것 그대로의 원고로 책을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의 분위기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일단 표지부터 죄다 별로였고, 기본적인 책의 정보조차 기재되지 않은 것도 있었으며, 20페이지도 채 안 되는 전자책도 있었다. 그래서 아쉽게도 두 곳 모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두 군데가 꼭 하나의 출판사인 것처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거절사유가 확실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문득 생각이 날 정도로 미련이 남긴 했다. 어쨌거나 내 글을 세상에 정식으로 내보였을 수도 있을 법한 기회가 나를 스쳐간 건 맞으니까.


어디서 어떻게 어떤 부분에서 자극을 받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두 번의 출간계약불발 이슈는 되려 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때마침 브런치북 공모전 시즌이 다가왔던 것도 한 몫했다. 그 후로는 한참 열심히 다니던 아침수영도 끊을 정도로, 남는 시간엔 오로지 글을 쓰는 것에만 몰두했다.


작년에 열렸던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는 원래 한 편의 브런치북만 응모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공모전 기간이 끝날 때쯤엔 최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총 아홉 편의 브런치북을 공모전에 응모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글이 글을 부른다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


브런치북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당연히 대상 받는 꿈을 꾸긴 했지만, 꼭 받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공모전을 핑계로 미친 듯이 글을 쓰다 보니, 언제부턴가 글 쓰는 행위를 즐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커다란 보상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매 순간 나와의 싸움으로부터 이겨내야만이 겨우 글을 쓸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과정들 모두가 남다른 보람으로 다가왔다.


난 내 브런치의 '통계'를 눌러본 적이 거의 없었다. 예전엔 '~글의 조회 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라는 알람을 보고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는데, 이젠 그런 알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구독자가 1,000명이 넘어가든 조회 수가 1,000회가 넘어가든 그냥 쓰던 글을 계속 쓴다. 꾸준한 글쓰기의 비결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한다. '개의치 않는 마음'말이다.


글을 쓰는 게 즐겁게 다가오면서부터는 뭘 얻기 위해서 글을 쓰지 않았다. 그냥 쓰는 게 좋아서 계속 썼다. 마음에 고인 생각들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나와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는 맛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쏠쏠했다. 그렇게 쓰고 또 쓰다 보니 이제는 쓰기 위해 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내게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활동을 떠나,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활동으로 승격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 가지를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레 뒤따른다는 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나의 별 볼 일 없는 생각들을 쉬지 않고 풀어냈을 뿐인데, 브런치 구독자는 어느새 천 명이 훌쩍 넘었고, 누적 조회 수는 백만 회를 돌파했으며,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글쓰기 강의도 해 보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내 이야기가 드디어

책으로 만들어지게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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