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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l 13. 2024

곧 아빠가 되는데 여전히 애들이 안 귀엽다

내 안에 사랑은 넘치건만


내겐 4살 어린 여동생이 있다. 부모님 말로는 어릴 때부터 내가 엄청 예뻐했다고 한다. 그 말이 진짠지 아닌지는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어느 정도 세상을 인식할 수 있게 된 후에도 한참 동안 난 동생을 예뻐했다. 자고 있으면 뽀뽀하고 일어나서도 따라다니며 뽀뽀를 하지 못해 안달 날 정도였다. 이젠 둘 다 다 큰 성인이지만 내 눈에 동생은 여전히 귀엽다. 물론 내색하진 않지만.


난 내 안에 사랑이 많음을 느낀다. 어릴 적 동생을 예뻐하고 그와 비슷하게 아내를 대하는 걸 보면 확실하다. 그런 나여서 난 내가 아이들을 좋아할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조카들을 봐도, 지나가는 아이들을 봐도 귀엽기는커녕 눈길도 안 간다. 아주 가끔 귀여워서 흘깃거리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정말 드물다.


친한 친구들이 아빠가 되었을 때도 무덤덤했다. 다른 친구들은 갓 태어난 친구의 아기를 보며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던데 난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그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물론 나도 미쉐린처럼 살이 통통 오른 조카가 귀엽긴 했지만 어쩔 줄 몰라할 정도까진 아니었다. 어쩌면 그래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이 갈수록 날 반기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여하튼 아기들 안 좋아한다고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었다. 다만 문제는 내가 곧 아빠가 된다는 점이다. 종종 '내 자식에게도 시큰둥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무리 나여도 그렇지 설마 내 자식에게까지 무심할까 싶긴 한데 그렇다고 막 안심되진 않는다. 아내가 임신하고 나면서부터 전보다는 아기들 보면 눈길이 가긴 한다만 아주 미미한 정도다. 유모차에 있는 아기를 봐도, 엄마 아빠 품에 안겨 있는 아기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도 딱히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쪽으로 시선을 옮기지조차 않는다).


아내도 나와 비슷했다. 그녀도 나처럼 아기들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뱃속에 아이가 들어서면서부터는 달라진 것 같았다. 지나가다 아기들이 보이면 방긋 웃어주고, 지나간 후에도 계속 귀엽지 않냐며 내게 거듭하여 말하곤 했다. 한날은 내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자긴 아직도 그대로야?"


"응 난 아직도 좀.."


"여보는 진짜 찐이네."


맞다. 나는 찐으로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거 인정한다. 그나마 그런 내가 한 가지 기대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오늘내일 중으로 태어날 아이에게 내 사랑을 몰빵(?)하기 위해 아껴두고 있는 거라고. 난 그렇게 내 맘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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