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와 몰입에 대한 호기심
'저 배우는 얼마나 저 역할에 몰입을 하고 있기에 우리가 이질감 없이 드라마를 보고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일까?'
드라마를 보다가 연기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배우를 하고 싶다거나 그런 마음이 아닌 그저 연기에 대한 호기심.
흔히 재밌다고 평을 받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항상 그곳에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존재한다.
대사, 호흡, 그리고 가벼운 몸의 제스처까지도 그 캐릭터 자체가 되어있는 사람들.
연기라는 걸 알지만 그들은 그것을 잊게 만든다.
한 번은 대사 하나 없이 두피의 움직임만으로 감정변화를 표현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라며 열심히 나도 두피를 움직여보려 하였지만 움직이는 건 내 이마 주름뿐이었다. 얼마나 연습을 해야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타고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타고났던, 노력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든 간에 대사 없이 감정변화를 표현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니다.
"그러니까 이번달 말까지 다 정리하고 기다리고 있어"
소설책을 읽다가 괜히 그의 대사를 육성으로 뱉어보았다. 돌아오는 건 스스로에게도 느껴지는 어색함과 오글거림.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배우들은 연기를 하기 위해 자신의 캐릭터에 몰입하려고 오랜 시간을 쓴다고 한다.
관련 종사자들을 만나고, 비슷한 환경에서 지내고 이 캐릭터라면 어떻게 했을지 어떤 말을 했을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이 필요하다고 한다.
실제로 몇 년 전 어떤 배우는 시한부 역할에 몰입을 너무 하여 논란이 생겼고, 건강상의 문제로 드라마 도중에 하차하기도 했다.
내가 아닌 새로운 인격이 된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더 연구를 하나보다.
본인이 연기를 하며 어색함을 느끼면 보는 사람들은 더 어색하게 느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궁금증이 생겼다.
발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본인이 연기를 하면서도 어색함을 느낄까?
현실을 살면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또, 아닌 척 연기를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사실 그 순간들이 너무 어려운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에 연기에 관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화가 나도 참아야 할 때가 더 많고,
슬퍼도 때로는 억누르고 티 내지 않아야 한다.
가끔은 기뻐도 주변 눈치를 보며 아닌 척해야 하며,
대화가 하기 싫어도 열심히 들어줘야 하기도 한다.
가만 보니 이미 나도 연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다만 배우들은 감정을 표현하고, 나는 감정을 숨기는 차이가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