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술』을 읽고
김혼비 / 제철소 / 2019.05.07
주류 작가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주(酒)류 작가가 되는 길을 택한 김혼비 작가의 책을 처음 펼치자마자 느낌이 왔다. 나는 그의 팬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소주병을 따고 첫 잔을 따를 때 나는 청아한 소리를, 걸으면서 마시는 행위 '걷술'을, 경직된 우리를 조금씩 허술하게 만들어 주는 술을 사랑하는 그와 함께라면 고달픈 현실이 닥치더라도 아무튼 술을 즐길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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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말도 안 되게 좋아한다는 마음을 넘어서 그 대상을 서술해가는 작가의 내밀함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과연 나는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해서 이토록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싶다. 아니, 이토록 읽는 이로 하여금 내가 좋아하는 걸 상대도 구미가 당겨할 만큼 호쾌하게 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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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 작가의 술술 읽히는 주류 일화를 눈으로 읽다 보면 하염없이 술이 떠오른다. 웃고 울고 공감하다 보면 당장에라도 냉장고 속에서 냉찜질을 마친 시원한 술을 꺼내고 싶어진다. 불필요한 계산을 다 던져버리고 '상대를 믿고 나를 믿고 술과 함께 한 발 더'를 외치는 그의 술 글은 오늘도 "아무튼, 술!"을 외치는 수많은 애주가들에게 가닿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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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그런 저자에게 비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 자신도 애주가다. 어릴 때는 마냥 술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수많은 술자리 역사를 거쳐오고 나니 그때의 맛과 시간을 함께 공유한 ‘사람들’과 ‘분위기’가 좋았던 것임을 깨달았다. 애써 각 잡고 살아온 몸을 유연하게 풀어주고 한껏 가둔 마음을 열어 상대와의 거리를 가깝게 좁혀준 술은 앞으로도 내 인생에서 배제되지 못할 것이다. 인생의 삼원색 가운데 하나로 술을 언급하는 작가의 말처럼 '비슷한 기질을 갖고 있고 비슷한 상태가 될 수 있는 나의 오랜 술친구들과 미래의 술친구들과 오래오래 술 마시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