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나의 유학 일상을 쓰면서 일부러 연애에 관련된 부분은 빼고 글을 쓰고 있다. "유학 생활"과 "나"에만 온전히 초점을 맞추고 싶어서 그렇게 쓰고 있는데 사실 유학 생활에서 그리고 유학뿐만 아닌 내 인생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 이야기를 안 한다면 당시의 나에 있어 큰 부분을 제외하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지만 굳이 또 헤어진 사람들 이야기를 하자니 현재 만나는 사람이 싫어할 것 같기도 하고 굳이 헤어진 사람을 추억해 봐서 뭐하나 싶어 유학 일상에는 연애 이야기를 안 적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연애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또 누군가가 글을 봐준다면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고민하던 차에 지금 만나는 사람이 흔쾌히 연애 이야기를 브런치에 올려도 괜찮다고 해서 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글로 써보기로 했다. 조금은 망설여지고 오글거리지만 브런치를 쓰면서 배우게 된 것 중 하나는 지금 내 생각들을 글로 남겨두면 나중에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으며 그때의 나를 되돌아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글쓰기에 큰 매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연애에 대한 생각들도 미래의 내가 다시 돌아봤을 때 이랬구나 할 수 있게 조금씩 풀어놓기로 했다. 연애에 대해 솔직하게 쓴다는 게 부끄러워서 그런지 왜 연애에 대해 쓰기로 했는지 구구절절 길게 변명처럼 자꾸 늘어놓게 된다.
아무튼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연애에 관해서는 정말이지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아서 뭐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는데 그냥 무작정 쓴 제목인 연애 그 자체와 나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의 나는 연애와는 아주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물론 연애도 몇 번 해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그때 했던 연애들은 다 그냥 티브이에서 나오는 연애가 멋있어서, 나도 연애를 하면 어른이 될 것 같아서 시작했고 몇 달이 채 가지 않고 끝났었다.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전부 그저 연애가 해보고 싶어서 그냥 정말 말 그대로 애들 장난처럼 연애를 시작하고 연애를 끝냈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때 정말 많이 좋아했던 남자애를 만났고 고등학교 3년 내네를 사랑의 열병을! 앓았었다. 지금도 친구들은 그 친구의 이름을 꺼내며 자주 놀리곤 하는데 사실 지금의 나는 그 친구의 이름보다는 그때 당시 그 친구를 좋아했던 내 모습이 아주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첫사랑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을 정도로 많이 좋아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친구가 비 오는 걸 싫어해서 걱정했고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시가 너무 내 이야기 같아서 갑자기 눈물을 쏟기도 했었다. 청승맞게 벚꽃 떨어지는 봄에 혼자서 엉엉 울면서 그 친구를 만나고 집에 걸어간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가장 큰 소원 중 하나가 우리 학교 앞으로 날 데리러 그 친구가 와주는 것일 정도로 아주아주 많이 좋아했다. 결국 내 소원을 이루고 졸업했지만 아쉽게도 그 친구과 연애하지는 못했었다. 여러 상황이 있었고 사실 객관적으로 나에게 좋은 사람은 아녔어서 연애를 하지 못했던 거에 대해 크게 미련이 남지는 않지만 그냥 나에게는 아픈 추억 정도로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까지는 누굴 정말 많이 좋아한 적은 있어도 연애!라는 것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것 같다. 그러다 스무 살이 되어 떠난 여행에서 남자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와 연애를 하기도 하고, 알바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과 연애하기도 하고 소개를 받아 연애하기도 하며 연애란 이런 것이구나를 알아 갔다. 와중에 또 엄청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내내 크게 힘들어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학을 가서 만난 친구와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길게 연애했었다. 그 전의 짧은 연애들과 달리 사람을 깊게 알아가고 정말 연애를 한다는 건 이런 거구 나를 알게 해 준 친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의 연애는 좀 더 성숙하게 연애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알게 된 오빠가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책을 추천해 준 적이 있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던 그 책은 그 당시 내 경험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연애를 하는데 왜 저렇게 싸우고 구두를 던지고 그러다 사랑하고, 그게 말이 되나? 그냥 내용도 상황도 전부 이해가지 않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몇 번의 연애를 하고 다시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책은 전혀 다른 감상으로 나를 이끌었다.
가끔은 연애가 감정 낭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연애를 하다 보면 물론 좋은 순간도 많지만 서로 다른 사람이 맞춰가는 과정에서 싸우고 지치고 힘든 일들이 참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감정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건 낭비다 싶을 정도로 감정을 쓰는 일들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진짜 왜 좋으려고 하는 연애 이렇게까지 힘들면서 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그것보다 그 사람이 좋으니까 연애가 유지되곤 하는데 그게 참 신기하다.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고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는데 왜 그 사람이 좋은 걸까 그리고 왜 그 사람과의 연애를 놓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아직은 섣부르지만 내가 내린 연애의 정의는 사람을 바보처럼 만드는 것이다. 수많은 사랑노래와 수많은 영화 드라마 대사처럼 사랑을 하면 바보가 되는 것 같다. 남들이 들으면 내가 남이 되어서 보면 당연히 헤어짐을 선언해야 하는 순간들이 전부 내가 겪으면, 내 일이 되면, 바보처럼 사랑하니까 넘어갈 수 있는 일들로 둔갑해버린다. 말도 안 되는 바보가 되어버리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그게 행복하고 즐거운 바보가 되는지 아니면 그냥 진짜 멍청한 바보가 되는지는 연애가 끝난 후에 알게 되는 것 같다. 연애가 끝난 후 돌아보면 정말이지 호구 바보로 연애를 했는지 아니면 바보였지만 그래도 할만한 연애를 했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중요한 걸 연애가 다 끝난 후에야 알게 된 다는 것이 참.. 어렵지만, 그래도 해볼 가치가 있는 일인 것 같긴 하다. 왜 해볼 가치가 있냐 물어본다면 구체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좋아요 하고 번호를 매겨 말하긴 힘들지만 내가 그만큼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또 사람을 깊게 알아가는 법을 배우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할 것 같다. 결혼을 인생에서 하게 된다면 뭔가 또 다른 대답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아직 짧은 경험으로는 이 정도까지 생각해본 것 같다.
사람을 만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 더더욱 연애는 나에게 있어 크게 다가오곤 한다.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가 쉽게 연애로 흘러갈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각자의 연애의 정의를 듣고 있자면 이렇게 사람마다 연애가 너무 다르니까 다투게 되는구나 싶다. 앞으로 더 알아가겠지만 연애는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