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살 한살 내려가는 그 법칙을 따르지 않기로 한다. 나는 그냥 그대로 38 나이를 배워가는 그 시간을
그대로 살것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한들 내가 살아온 시간이 달라지는것은 아니니까.
마트에 가면 요즘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요즘이 아니라 원래 나는 고민이 많았던 사람같다. 10불짜리 도마를 사기위해 한달 두달 고민을한다. 나는 이 도마에 대한 정보가 없다. 이것이 정말 10불의 값어치를 하는 제품인지 그리고 난 내가 가진 재정안에서 사용한 이 금액을 후회없이 충분히 이 도마를 누릴수 있는지 생각이 많아서 그렇다.
딱히 아껴서 살림을 하려고 한다기 보다는 모든것을 구매할때에 그런 고민이 잇따른다. 나는 이 물건을 충분히 오래동안 누리며 감사와 기쁨이 있을것인가.. 이것은 제 값어치를 다할 수 있는 제품인가.
가격보다 훨씬 실용성과 만족감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데 사실 그럴만한 제품들이 잘 없기때문에 차라리 불편함을 감수하며 없이 사는게 더 좋을때가 많다. 그래서 필요한것이 딱히 없기도 하다.
옷도 그렇고 모든것이 그렇다. 알뜰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이거나 혹은 재정에 묶여서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사람처럼 불쌍하게 보일때도 있는것 같은데 내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보기 좋고 가지고 있으면 좋을것 같은것이 있긴 하지만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구매하면서 쓰는 내 에너지가 들 만큼 그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38살을 살아온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성장이 있는 사람일까? 그 값어치가 있는 사람일까?
자기객관화로 나를 바라본다면 사실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가 생각했던 어른은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와지고 단단해지고 넓고 따스해지는 사람이었다. 현실에 있어 냉철하다가도 그 누구도 어려움이 되지 않을만큼 중요한것을 찾아 깊이 있게 살아가는 어른이었다.
나는 38살이라는 나이가 부끄러울만큼 그저 나이만 먹었다. 몸만 늙고 나이만 먹은 성숙이 없는 가짜 어른이 되었다. 나는 죽음이 두렵다. 이렇게 성장을 멈춘 고장난 어른이 된채로 마치 숙제를 다 끝내지 못한채 덮어버린 책처럼 어설프게 끝나는게 두렵다. 영원한 후회로 들어가는것이 두렵다.
매일매일 테스트와 선물이 펼쳐지는것 같다. 성숙한 어른이 되고 있는지 어느정도 자랐는지 눈앞에 보여지는것이 없어서 장님처럼 촉각으로 만져가며 느껴가며 어느정도 걸었는지 가늠해본다.
그 촉감이 삶의 고통이다. 관계의 어려움일수 있고 가난, 질병, 등등 살아가면서 겪을수 있는 슬픔과 아픔들은 눈먼 나에게 부어진 성장의 지표 같은것이다. 점자처럼 만져가며 가늠해볼 수 있는 그런것..
갑자기 찾아온 질병으로 이 순간 불행하다면 관계의 어려움으로 내 마음에 평강이 깨어졌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내 안의 평강이 깨어지고 두려움이 찾아왔다면 나는 이정도쯤 걸어왔다고 .. 더 힘을 내어서
달려가라고 알려주는 인생의 지표라는 생각이든다.
아.. 어려움의 결과는 좌절이 아니구나.. 좌절은 마치 환상같다. 내가 빠지기로 선택한다면 진짜처럼 휘감아 둘러 덮어버리는 가짜 먹구름이다. 아프고 힘들다면 아직 그 가시덤불안에서 허덕이는 정도로 느리게 걷고 있으니 무릎을 든든히 세우고 더 힘차게 달려오라는 싸인이다..
애꿎은 사람들을 미워하고 다른곳에서 힘을빼지 말고 진짜로 해야할 것을 하라는 촉감, 싸인이다.
그러니 미워할 사람도 없고 원망할 사람이 없다. 모두 쓸모없는 일이라는것..
인생의 목적과 방향성이 명확하다면 부딪힐수밖에 없는 연약한 나와 너라는건 그냥 너무나 당연하고..
아플수밖에 없고 힘든일은 살아가며 당연히 겪는 꼭 필요한 일이라는것을 ..
피해가느라 힘을 빼지 않고 성숙을 목적으로 둔다면 조금은 끝을 알수 없는 삶의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끝이 나는 인생의 시간표를 힘들다고 애써 노력해서 일찍 마치려고 할 필요가 없다. 그 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후회가 있을텐데... 영원히 후회밖에 할 수 없다면 너무나 끔찍하지 않을까?
지금 해야하는 일 . 지금 가야만 하는 길
내 눈, 귀, 모든 촉각을 한 가지 목적에 집중해서 가보자..
우는것은 당연하다. 나는 38살이지만 정말 38살로 익어야한다.
더 늦기전에.
한숨 크게 울고나니 달콤한 사탕같은 은혜가 임했다.
뭔가...
"잘했어.. 괜찮아.. 조금 쉬어.. 아프지만 넌 그만큼 성장했어. 이제 좀 더 자유해졌을거야."
가뭄에 목이 타듯이 울었는데 어디에도 머리가 시리도록 차가운 물은 없을것 같았고 울다가 지쳐서 딸꾹질이 나와 뜨거운 더위에 온 몸이 녹아내리듯이 울고 아팠는데 다 울고 나니 하늘이 보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누군가 투명한 유리컵에 얼음을 가득넣어 시원한 물 위에 라임을 살짝 띄워 실컷 마시라고 한다.
그리고 따듯하고 포근한 담요를 덮어 푹 자고 일어나라고 한다.
성장은 마치 그런것 같다. 전쟁처럼 달리고 아파서 곧 죽을것처럼 꺼이꺼이 울다가 달콤한 평화가 온다..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모든게 괜찮다. 차가운 수술대에 눈이 멀것 같은 조명이 비추고 날카로운 마취바늘이
다가오기 전에 모든것이 두렵다가 온몸에 힘이 빠지고 눈을 떴을땐 이미 다 끝났고 회복이 남아있듯
전쟁에서 다친 나는 때로는 패배자 같지만 사실은 더 강한 사람이 되어 있다는것..
그대로 나이를 먹는것은 감사한일이다. 한해 한해 더욱 명확해지고 지혜롭고 강한 여인이 되어있을것이다.
이 세상에 아무것도 두렵지 않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것을 살아가는 도구를 삼아버리는 그런 사람으로
허락된 만큼 살아가다가 후회없이 영원히 가장 그리운 분을 만나러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