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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디아 Oct 20. 2023

2023년 대학생 vs. 2003년 대학생

감지하지 못하는 변화 속의 나


작년부터 대학 강의를 나가는데, 20여 년 전 나의 대학 시절과 달라진 게 여럿 보인다.

캠퍼스, 강의실, 교수, 학생의 구성은 변함없지만, 강의 진행 형태는 제법 달라졌다.

달라진 게 당연한데, 20년 만에 대학으로 돌아온 내게는 꽤 낯선 풍경이다.


1. 학생들은 더 이상 종이로 된 책이나 노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노트북이나 탭을 갖고 수업에 들어온다.

종이책보다 전자기기가 더 친숙한 아이들.

지난 학기 I 대학 강의 첫날 40%의 아이들이 수업 끝난 뒤 질문했다.

"저, 교수님. 교재 사야 하나요?"

대학시절 난 교재는 꼭 사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 질문에 흠칫 놀랐다.

"음.. 강의교안을 제공하긴 할 건데, 내용 이해하려면 교재가 있는 게 좋지 않을까 해요. 필수는 아니지만 사길 권해요."

그런데, 교재를 산 아이들은 절반이 되지 않았다.

이번 학기 Y대학 아이들은 따로 묻질 않길래 어림 짐작했다.

'아, 얘네는 다 사려나 보네.'

10월 초 중간시험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 되어 물어봤다.

"잠깐, 여기 교재 안 산 사람 손 한 번 들어볼까요?"

의아하다는 듯, 한둘의 손이 올라간다. 그런데 그 수가 계속 는다.

"어, 잠깐. 아니 산 사람 한 번 들어볼까요?"


오 마이갓!! 한 명도 없다. 아무도 교재를 사지 않은 거다.

이럴 수가...

충격이다.

아무도 교재를 사지 않은 거지?!



2. 또 다른 차이는 외국인 학생이 제법 있다.

2000년 전후, 나의 학부시절은 오롯이 한국 아이들과 수업 들었는데, 많은 경우 20~30%까지 다른 언어를 모국어로 하는 아이들이다.

캠퍼스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건 한국 위상이 그만큼 올라간 이유이다. 대학은 청년이 미래를 준비하는 기간이자 기회인데, 동남아시아권 사람에게 한국 대학 생활은 그만큼의 기대 가치를 주기 때문이리라.


2023년 국내에서 대학교육을 받고 있는 외국인은 15만 명으로 전체의 4%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 베트남, 몽골, 일본, 미국 순으로.

여기에 부모님 일 때문에 외국에서 오래 지내다 한국 대학에 들어온 아이들도 꽤 있다. 한국 국적이지만, 해외에서 산 기간이 더 긴 아이들.

그래서 대학교 전임 교원이나 강사를 뽑을 때 영어 강의 가능자, 중국어 가능자 우대 등의 세부사항이 함께 한다.

(영어는 멀어질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ㅠ)



3. 다음 차이는 반 아이들 중 한둘은 창업 유경험자라는 거다.

20여 년 전, 공대생 시절, 나와 내 주변 어느 누구도 창업을 준비하거나 고려한 이는 없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 예전과 오늘을 비교해 보았다.


첫 번째 차이는 경영 환경의 변화이다. 20년 전 IT 산업은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한 시장이었다. 핸드폰, MP3, MP4, 게임기, PDA, PC, 내비게이션 등 기기(Device)를 중심으로 생산과 소비가 일었다.

하드웨어 제품은 시작할 때 큰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생산할 공장, 시료 제작, 금형 개발 등 만만치 않은 돈이 있어야 한다.

막 졸업을 앞두고 감히 이를 목표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변화가 더 활발하다.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래밍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큰돈이 아니어도 무언가 시작할 수 있다.

큰 자본이 없어도 새로운 걸 만들어 볼 수 있다.


창업한 몇 학생에게 물었다.

"어떻게 창업하게 되었어요?"

"그냥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밤새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걸 앱 스토어에 올리며 시작했어요."

라고 한다.

어울려 놀 때 아이디어를 나누고, 이를 프로그래밍으로 구현했고, 이게 작동하니 앱 스토어에 올리고.

개발에 드는 인건비 - 따로 없다.

앱 스토어 업로드 비용 - 따로 없다.


IT 산업의 무게 중심이 소프트웨어로 옮겨가 이들이 새로운 걸 구현해 내기가 훨씬 용이한 시대가 된 거다.



두 번째는 IT 산업이 급속히 발전할 때, 청년 시절 창업해 백만장자, 억만장자가 된 창업가의 성공 스토리가 널리 확산되어 동기를 자극하고 있는 거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메타)의 저크버그 등등. 모두가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해, 소위 대박 난 청년 창업가 출신이다. 지금은 세계 최상위권의 부호이기도 하고.

2023년 3월 기준 세계 Top 10 부호


X세대인 나와 주변 동기들에게 일은 이랬다. 살려면 월급이 필요하고, 월급 받으려면 취직해야 하고, 취직하면 일을 해야 한다는, 일은 일차원적인 삶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한국에서 일의 의미는 보다 돈과 직접적인 연결로 전환되었다.

"어떨 때 동기부여가 되나요?"

수업 중 랜덤 하게 학생 5명에게 물었는데, 2명이 같은 대답을 한다.

"전 노력에 대한 보상요."

대놓고 보상, 금전적 획득이다.

멋쩍게 웃으며 다음 말로 마무리를 했다.

"우와, Z세대 맞으려면 기업 인사팀 긴장해야겠는데요?!"

이들에게는 생계를 위한 월급?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 2021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창업 동기는 적성과 능력 발휘 59.7%, 높은 소득 21.3% 순이다. 2023년, 한국 사회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이들의 동기는 2003년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이들과 분명 다르다.



두 살 터울 오빠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껄껄 웃으며 말한다.

"야~ 너도 이제 그런 걸 느끼는 거 보니, 나이 들었다. 하하하"

그런가 보다. 자꾸만 이런 차이가 느껴지니 말이다.


매일 한 걸음씩 변해 꽤 한동안은 감지하지 못하는데, 어느새 정신을 비우고 돌아보면 나와 세상은 성큼 변해있다. 앞으로 나는 그 속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답 없는 질문을 던져놓고 몇 날을 앓고 있다. 감지하지 못하는 변화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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