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태도 01
월급날이 되면 잠깐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통장에 숫자가 찍히는 그 순간만큼은.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는다. 며칠이 지나면 카드값이 빠져나가고, 공과금이 정산되고, 약속 한두 번 잡고 나면 어느새 통장은 다시 한산해진다. 그리고 어김없이 드는 생각 — 이번 달도 이게 다야?
나도 한동안 그 질문을 월급 탓으로 돌렸다. 조금만 더 받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연봉이 오르면 이 답답함이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연봉이 올랐다. 그리고 알았다. 달라진 건 숫자뿐이었다는 걸.
심리학에 '생활 수준 적응'이라는 개념이 있다. 수입이 늘어나면 지출도 그에 맞게 늘어나고, 결국 사람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버는 만큼 쓰게 되어 있다는 얘기다. 월급이 부족한 게 아니라, 기준이 수입을 따라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항상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월급의 크기가 아니다. 기준이다.
기준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한 달에 얼마를 쓰는 게 나에게 적절한가, 어디에 쓰는 게 나다운가, 무엇을 위해 모으는가 — 이런 질문들에 대한 나만의 답이다.
기준이 없으면 소비는 항상 수입의 크기에 맞춰 늘어난다. 기준이 있으면 수입이 늘어도 지출이 따라 올라가지 않는다. 같은 월급을 받아도 어떤 사람은 매달 여유를 만들고, 어떤 사람은 매달 부족함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그때부터 질문을 바꿨다. "어떻게 하면 더 벌 수 있을까"에서 "나는 어떤 기준으로 살고 싶은가"로. 그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놓았다.
더 버는 것은 중요하다.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준 없이 수입만 늘리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과 다르지 않다. 수입이 늘기 전에, 혹은 늘어나는 동시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먼저 정하는 것.
월급이 부족한 게 아니다. 기준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기준은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스스로 세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