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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Mar 15. 2022

유독 그 선생님은

2020.11.15

유독 그 선생님은 내가 밥을 먹었는지 꼭 확인하셨다. 친구가 없는 나는 급식실에 혼자 앉아 먹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겉으로 보기엔 주위에 무심한척 밥을 먹어도 선생님이 급식실에서 내가 밥 먹는 모습을 꼭 확인하고 가시는 것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밥을 다 먹으면 교무실에 자주 들렀는데, 선생님은 컴퓨터를 보며 이따금씩 내게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당연하게 "네"라고 대답했다. 속으로는 이미 보셨으면서 왜 다시 물어보시는지 되레 여쭈고 싶었으나 여쭤보지 않았다. 여쭤보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본래 옛부터 식사의 여부를 묻는 인사가 있었다. 요즘에야 그런 인사치레가 줄어드는 것 같지만 유독 말라 보이는 내겐 밥 먹었냐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 살 빠졌냐. 곧 죽어도 쪘냐는 질문은 받아본 적 없는 것 같다 (과장해서). 가위에 하도 눌릴 땐 잘 잤냐는 인사가 가장 좋았는데. 지금은··· 왜, 나랑 밥 먹어주게?



식탁에 혼자 앉아 밥을 먹는데 앞에 놓인 시계가 참 잘도 간다. 오늘도 한 시간째 밥 먹는 중. 오늘의 저녁 메뉴는 두부된장국과 고등어무조림, 메밀전병이에요. 놀랍게도 직접 만든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식탁 옆엔 냉장고가 있는데, 냉동고에 아이스크림과 얼음을 꼭 구비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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