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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Jan 01. 2021

2020.11.13

보통 대부분의 이야기는 "나는 종종 꿈을 꾼다"로 시작되겠지만 나는 "종종 꿈을 꾸지 않는다"로 시작된다. 나는 거의 매일 꿈을 꾼다. 아니, 눈을 감으면 무조건 꿈을 꾼다. 5분을 자든, 4시간을 자든, 8시간 이상을 자든 말이다. 색깔은 다채롭다. 가끔은 너무나도 화려하고 몽환적이어서 시각적으로 기록해두고 싶기도 하다. 실제로 몇 번은 꿈을 손으로 그려내 보고자 시도해봤다. 하지만 그려내지 못했다. 감히 못 그리겠다는 마음 때문이 아니라, 그 엄청나던 이미지를 손으로 재현해낼 수 없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악몽을 자주 꿨다. 요즘은 덜하지만. 며칠 전엔 칼에 엄청 찔리는 꿈을 꿨다. 가끔 내가 누군가를 해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날 해하기도 한다. 잘 나가는 톱스타와 친해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같이 춤을 추기도 하며, 예전에 만났던 사람 (그것이 어느 관계든)과 대화를 하기도 한다. 내 꿈은 사람이 많이 나오거나, 단 둘이 있거나, 혼자 있다. 뭐, 괴물이 나오기도 한다.



예전엔 꿈에 의미부여를 참 많이 했었다. 일어나자마자 검색창에 꿈 해몽을 치기도 했으나, 요새는 그러한 것들이 전부 부질없음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꿈을 매일 꾼다. 눈을 감으면 꿈을 꾼다. 가끔은 꿈속에서 공포에 질리기도 하지만 대개는 흥미로움을 느낀다. 일어나면 아무 일 없는 듯이 생활하지만 일상생활 도중 종종 꿈속을 헤매곤 한다. 아까 꿨던 꿈, 그제 꿨던 꿈, 2년 전에 꿨던 꿈. 그때 이 사람이 나왔지, 오늘도 나오려나.



자기 전엔 잠이 싫다. 자면 꿈을 꿔야 한다는 게 질리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요새 들어서야 생긴 것 같다. 자면 또 꿈을 꿔야 하네, 오늘은 누가 나올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웃기게도 가끔은 꿈이 너무 재미있거나 좋아서 깼을 때 꾸던 꿈을 되뇌며 다시 잔 적도 몇 번 있다. 그럼 정말 신기하게도 이어서 꾼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을 선호하진 않는다. 잠에 취하거나 진 느낌이 싫기 때문이다. 또 가끔은 예지몽도 꾼다. 그것들은 최소 3일에서 최대 3년 후에 실제로 일어난다. 글을 적다 보니 마치 인셉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스스로 인셉션을 시도하고 있는가? 사실 지금도 자기 위해 불을 끄고 침대 속에서 어떤 꿈을 꿀지 고민하다가 이 지점이 흥미로워 적어보고 있다.



나는 꿈을 꾸기 위해 자는 것 같다. 이제는 꿈속에서 여행을 하도 많이 다녀서 기대감이 덜하다. 아무튼, 난 자야 한다. 사람이 자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난 자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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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오늘은 잔디가 파릇파릇하고 공허한 배경의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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