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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 Aug 12. 2021

슈어져 트레이드의 일등공신은 신시내티일 수도 있다

-전략은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어디쯤에서 끝날까?

트레이드는 팀을 강화하기 위한 일이다. 단순한 전력 보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팀의 분위기나 차후 몇 년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셀러와 바이어를 결정하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은 항상 치열하기 마련이다. 이번 트레이드 마감 시한 대어는 단연코 맥스 슈어져였다. 반년 렌털에 예년보다 세부 지표가 떨어지고 잔부상이 많아지긴 했지만 슈어져는 슈어져다. 압도적인 삼진 비율과 타자를 윽박지르는 피칭은 당장 반년 동안은 어느 팀을 상대로 던지더라도 통할 것이다. 그를 품은 팀이 우승을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충분히 월드시리즈까지 갈 수 있다는 전제를 하게 만들 수 있는 선수다.


며칠 전 슈어져는 운을 띄웠다.

‘서부라면 갈 수 있다’

메이저리그 10년 이상, 한 팀에서 5년 이상 뛴 그는 트레이드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우승을 할 수 있다면 움직일 수 있다고 예고한 것이다. 그의 에이전트 보라스는 추가적으로 연장 계약까지 할 수 있는 팀이 좋을 것 같다고 한 마디 보탰다.


캘리포니아 지역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날씨로 유명하지만 현재 서부는 뜨겁다. 샌프란시스코, 다저스, 샌디에이고가 역대급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wild wild west)라고도 부른다. 우승을 바라고 있는 세 팀은 동상이몽이 아닌 이상동몽을 꿈꾸고 있다. 각각 여러 가지를 보완해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에이스. 한 경기를 책임져줄 수 있는 선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는 고른 성적을 내고 있는 선발진 중에 케빈 가우스먼과 원투펀치를 이룰 수 있는 선발이 필요하고 선발 왕국이었던 다저스는 하나둘씩 이탈했고 결정적으로 큰돈을 주고 데려왔던 바우어가 불미의 사건으로 이탈해서 시즌 아웃 위기에 몰려있다. 샌디에이고 또한 오프시즌 때 데려왔던 선발투수들은 물론 팜에서 올라온 선발들도 후반기로 갈수록 신통치 못했다.


리빌딩을 선택한 워싱턴은 가능한 많은 유망주를 받길 원했고 그중에 포수가 탐이 났다. 시즌이 끝나고 얀 곰스가 팀을 떠나고 그 빈자리를 메워줄 매물이 세 팀 다 가지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조이 바트에 페이롤이 여유가 있었고, 다저스는 키버트 루이스가 있지만 내줄 생각이 없어 보였고, 샌디에이고는 루이스 캄푸사노가 있고 요 근래 활발한 트레이드 전력이 있었다. 먼저 칼을 빼 든 것은 샌디에이고였다. 매드맨인 프렐러 단장이 다시 한번 빛을 바라는 순간이었다. 며칠 전 피츠버그의 애덤 프레이저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시애틀에게 한 번 이긴 전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의 수완은 통하는 듯했다. 풍부한 팜을 바탕으로 루이스 캄푸사노를 중심으로 몇 명을 보태준다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삼각 트레이드의 귀재. 바로 프리드먼이다.  


그가 먼저 행한 일은 선발투수의 영입이었다. 캔자스시티에서 대니 더피를 추후 지명 선수 한 명을 내준다는 조건으로 데려왔다. 슈어져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놀랍지는 않았다. 유망주를 아끼는 그의 특성을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현재 IL에 있지만 복귀를 한다면 올해 성적이 좋은 대니 더피를 준수한 선발 역할을 맡길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것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프리드먼은 연장 계약을 원한다는 슈어져 너머 소속팀인 워싱턴이 가진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 리빌딩을 위해 파이어 세일을 하고 있던 워싱턴이 가지고 있던 또 하나의 매물 트레이 터너까지 요구해 판을 키웠다. 그러면서 키버트 루이스에 조시아 그레이까지 얹고 그 외 top 30 내 유망주 2명까지 주었다.

샌디에이고에 관심이 쏠리던 워싱턴은 급 선회해 다저스로 눈을 돌렸고 슈어져와 트레이 터너를 받고 키버트 루이스와 조시아 그레이 외 2명을 주는 대형 트레이드를 이끌어냈다.


이 트레이드는 프리드먼의 팀 내외적으로 큰 그림이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전력 향상이다. 2명의 선발과 유격수 보강이다. 지금 다저스는 선발진이 구멍이 나있었고 곧 코리 시거가 돌아오지만 오랫동안 유격수 자리가 공백이었으며 다저스의 오랜 고민이었던 2루수를 1 라운더 출신인 개빈 럭스가 해소시켜줄 줄 알았지만 기대 이하였다. 슈어져는 말할 것도 없고 트레이 터너가 코리 시거와 함께 키스톤 콤비로 활약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팀 내적인 부분이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대니 더피를 추후 지명 선수로 값싸게 데려와 협상에서 주도권을 얻은 것이다. 물론 로스터 복귀 이후도 중요하지만 당장 지금 시점에서는 슈어져를 데려오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라는 인상과 협상 테이블에서 선발 한 명을 보강해서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대니 더피는 제 값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코리 시거 계약 협상에서의 주도권 문제다. 서비스 타임이 1년 반이 남은 유격수 트레이 터너를 데려와 올 시즌을 마친 이후 fa가 되는 코리 시거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넣어서 1억 달러 계약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드래프트에서 균형 a급 지명을 받아오거나 코리 시거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잔류시킬 수 있다. 아니면 후에 트레이 터너에게도 퀄리파잉 오퍼를 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팀 유망주 1, 2위를 내줬지만 생각보다 손실이 크지 않았다. 다저스 입장에서 보면 윌 스미스와 오스틴 반스라는 포수 체제를 갖춘 상황이었고 디에고 카스티야라는 포수 유망주가 무럭무럭 크고 있었기 때문에 키버트 루이스는 그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이었고 한 마디로 잉여 자원이었다. 마침 마이너 이 주의 선수를 받은 것 또한 호재로 작용했다. 조시아 그레이는 메이저 레벨에 도달한 유망주였고 실제로 부족한 선발진을 메우기 위해 콜업되었지만 다저스 팜에는 우완 유망주가 많기 때문에 곧바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팀 내부적인 믿음이 있는 것 같았다. 본의 아니지만 오히려 메이저에 있었기 때문에 메이저에서 어떤 활약을 하는지도 체크해볼 수 있었다.


이번 트레이드에 메인 칩은 물론 키버트 루이스였지만 추를 기울게 한 카드는 조시아 그레이라고 생각한다. 이 선수를 더했기에 워싱턴이 급선회해서 다저스를 택한 것이다. 근데 조시아 그레이는 원래 다저스 팜에 있던 선수가 아니었다.


18년 월드시리즈에서 패한 후 다저스는 신시내티와 4 대 3 대형 트레이드를 실행했다. 맷 캠프, 야시엘 푸이그, 알렉스 우드, 카일 파머와 호머 베일리, 지터 다운스, 조시아 그레이를 맞바꾼 것이었다. 이 트레이드는 양측의 합의가 맞아떨어졌다. 1차적으로 양측에서 악성 계약을 맺은 맷 캠프와 호머 베일리를 맞바꾸면서 셀러리 덤프의 목적이었다. 2차적으로 신시내티는 18년도 반등한 맷 캠프, 야시엘 푸이그, 알렉스 우드라는 즉시 전력을 얻었고 다저스는 호머 베일리를 바로 지명 할당했고 버두고를 콜업하기 위한 외야 자리를 비웠고 유망주 둘을 얻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 유망주 둘은 클리블랜드에서 코리 클루버를 데려오기 위한 칩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리 클루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무산되었고  이 둘은 그대로 남았다. 그리고 다저스 육성 시스템 아래 빠르게 가치를 올렸고 얼마 안 있어 메이저 top 100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대로 커서 다저스 선수로 활약하는 것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첫 번째가 무키 베츠 트레이드다. 19년에도 프리드먼은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그의 장기인 삼각 트레이드였다.  다저스는 보스턴에서 무키 베츠와 연봉이 절반 보조된 프라이스를 받고 알렉스 버두고와 미네소타에서 브라스더 그라테롤을 보스턴으로 보내고 마에다 겐타를 미네소타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보스턴 구단주는 화를 냈다. 연봉을 줄이기 위해 프라이스를 연봉 보조해주면서까지 보내긴 했지만 mvp급 선수를 보내고 받은 대가가 외야 유망주와 부상 전력이 있는 선발 유망주가 말이 되냐며 어깃장을 놓았다. 유망주 손실을 최소화한 프리드먼은 고민에 빠졌다. 우승을 위해 무키 베츠는 꼭 필요한 선수여서 포기할 수 없었지만 아무나 보낼 수는 없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삼각 트레이드를 깨고 개별적인 트레이드로 바꿨다. 이때 지터 다운스가 버두고와 포수인 코너 웡이 보스턴으로 넘어갔다. 1 라운더로 뽑은 개빈 럭스와 마이클 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가 슈어져를 데려오면서 키버트 루이스와 함께 넘어간 조시아 그레이다.


두 트레이드 모두 무키 베츠와 맥스 슈어져 같이 명예의 전당행이 예약된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큰 출혈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때 트레이드의 추를 기울게 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 것이 지터 다운스와 조시아 그레이였다. 트레이드되었을 당시 둘의 가치는 낮았고 가치 있게 만든 것은 다저스 팜의 능력이었겠지만 그것도 될성부른 떡잎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다저스가 위기 때마다 막강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의 어느 한 편에는 신시내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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