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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 Aug 12. 2021

뎁스와 중복투자의 경계선에 서 있는 김하성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외야 전환에 대해서

이번이 올 시즌 4번째 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이하 페타주)의 타격 지표는 상위권이다. 많은 경기 수에 나오지 않았지만 홈런과 도루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ops는 내셔널리그 유일 1.000을 넘고 있다. mvp 후보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더 많은 경기를 뛰었다면 그의 성적은 압도적이었을 것이다.


그의 부상 소식에 항상 이름이 오르내리는 선수가 있다. 바로 김하성이다. 오프시즌 내야 뎁스 강화 차원에서 영입되었던 김하성은 계약 규모도 제법 있어서 성적이 좋으면 주전 2루수로도 발돋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유격수와 3루수는 각각 페타주와 마차도가 지키고 있었고 10년 3억 달러 듀오에 자리를 뺏는 것은 부상이 아니고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20년 신인왕 투표 2위였던 크로넨워스와 반대인 우타자이기 때문에 2루수 플래툰으로 번갈아 기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막상 시즌에 들어서니 메이저의 벽은 높았다. 수비에서는 기대 이상이었지만 타격은 멘도사 라인을 간신히 유지했다. 첫 해기도 했고 백업 선수로 타격감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더더군다나 크로넨워스가 주전에 어울리는 성적을 보여주면서 플래툰이 아닌 대타나 휴식일에 출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주전으로 뛰는 모습이 더 좋았겠지만 프렐러 단장의 계산대로 움직여주고 있었다. 유리몸 기질이 감지되었던 페타주의 부상 기간 동안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고 크로넨워스가 1루를 맡을 때는 2루에 마차도의 빈자리에 3루까지. 1루를 제외한 내야 유틸리티 선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았고 여러 포지션을 옮겨다님에도 drs는 도합 10이 넘었다. 한 포지션이었다면 골드글러브 후보에 오를만한 성적이었다.


애덤 프레이저가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맞춰 피츠버그에서 넘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한 반응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선발진의 잦은 부상과 난조로 인해 불펜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 선발투수를 데려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프레이저는 3할이 넘는 타율과 내외야가 가능한 좋은 선수였지만 주 포지션은 2루에 가까운 선수라 내야가 꽉 찬 있는 상태라 중복 투자를 우려했다. 주로 외야를 나서지만 여차하면 내야도 볼 수 있는 주릭슨 프로파와도 포지션이 겹쳤다. 자연스레 김하성의 타격 성적을 꼬집을 수밖에 없었다. 백업이긴 하지만 타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백업을 맡기기에는 아쉽다는 평가가 계속해서 나오던 차였다. 서부지구 선두 경쟁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수비도 수비지만 점수를 뽑아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공격 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프레이저가 온 이후 김하성의 입지는 더 줄어들어 결장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대수비, 대주자로 역할은 더 제한되었다. 페타주가 부상을 입으면 줄곧 맡아오던 유격수 자리도 크로넨워스에 밀렸다. 프레이저가 내년까지 구단 컨트롤을 받기 때문에 김하성의 앞날은 험난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프렐러 단장은 정말 중복투자를 하려고 했던 것일까? 물론 윈 나우를 위해 카드를 던졌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반년 렌털 선수를 데려오면 그만이다. 굳이 내년 계약까지 약속되어있는 선수를 데려올 필요는 없었다.


그즈음 부상으로 내려간 페타주가 외야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잘못하면 수술로 시즌 아웃까지도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던 차였다. 페타주의 공격은 단연 넘버원 선수지만 수비에서는 반대쪽에서 넘버원인 선수다. 한 해 정도 수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잔실수가 많은 편이며 역동적인 수비 폼을 가지고 있어서 어깨가 좋지 않기 때문에 늘 부상 위험이 도사렸다. 이에 외야로 옮겨서 부상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여러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서 프렐러 단장의 구단 운영의 구상을 엿볼 수 있다.

일차적으로 당연히 페타주가 부상 공백 기간을 줄임으로써 공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외야로 전환해서 수비를 어느 정도 해줄지는 미지수지만 유격수를 했던 센스와 운동신경이 있기 때문에 평균은 해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부상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로스터에 오래 남아있으면서 공격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팀에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샌디에이고의 자체적인 외야 보강이다. 샌디에이고의 외야는 약하다. 과거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토미 팸, 그리샴, 윌 마이어스, 백업을 맡는 프로파까지 좋은 활약을 못해주고 있다. 성적이야 앞으로 좋아질 수 있는 것이지만 내야에 마차도처럼 축을 맡아줄 수 있는 포텐셜을 가진 선수는 페타주밖에 없다. 그러면 내야는 마차도, 외야는 페타주를 필두로 안정적이게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리고 페타주는 이미 10년+ 3억+ 이상의 거대한 규모의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요즘 fa시장에서 인기 있는 대형 유격수 타이틀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며 그것은 포지션 변경이 수월하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중복투자로 걱정되었던 내야가 자연스럽게 교통정리된다는 것이다. 타격은 물론 수비도 좋은 크로넨워스가 유격수로 이동하고(마이너에서 유격수 출장 경기가 많기 때문에 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애덤 프레이저가 2루에 고정하고 김하성은 다시 제1의 백업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김하성의 타격 성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프렐러 단장의 본래 계획대로 뎁스가 깊은 단단한 내야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내야 구성을 프레이저의 계약과 상관없이 최소 내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 김하성과 팀에 있어서 악몽으로 보였던 1년이 오히려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같은 시간으로 바뀐 것이다.  마침 페타주의 부상으로 인해 생겨난 일 같지만 시즌이 끝나고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아 프레이저의 영입은 이러한 계산 속에 이뤄진 일이었을 것이다.


뎁스를 채우는 일과 중복투자는 사실 한 끗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사이를 끊임없이 줄타기하는 것이 단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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