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nd Aug 12. 2021

공인구와 이물질에 대한 상관관계

-모두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침묵은 곧 인정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흔히들 알려진 파인타르라는 이물질이 아닌 스파이더택이라는 제품의 이름을 대면서 사용 여부를 묻는 말에 게릿 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이전까지 해왔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된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이물질 논란의 여파는 컸다. 꾸준히 이름이 언급되었던 투수들의 등판일만 기다렸다. 우연스럽게도 난조를 보였다.  그런데 경기 결과보다는 rpm(회전수)에 초점이 맞춰졌다. 아니나 다를까 일괄적으로 200 정도의 회전량이 떨어졌다. 결과가 나오자 사람들은 분노했고 조롱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속설에 의하면 70% 정도의 투수들이 파인타르 및 이물질을 사용했다고 하니 올라오는 투수마다 의심을 받았다. 과거의 사진을 뒤져서 이물질을 바른 정황을 찾기 시작했다. 모자와 글러브를 검사를 한다는 규정이 생기고 나서 투수들은 모자며 글러브를 새 것으로 교체했고 신체 부위를 만지는 루틴이 있을 경우 한 번 다 잡았을 것이다. 심지어 투수들이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 같은 경우 배팅장갑까지 사용하며 손이 결백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오비이락. 혹시나 이물질과 관련되어서 문제가 생긴다면 첫 이물질 투수가 되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조심했다.


이물질 논란은 곧 공정에 대한 문제로 이어졌다. 룰에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투수는 로진 외에 아무것도 바르면 안 된다. 속설이 맞다면 30%를 제외한 모든 투수들이 규칙을 어긴 것이다. 모두가 공평한 조건에서 승부를 해야 하는데 불법적인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되려 투수들은 공분을 일으켰다. 그중에 글래스나우는 선크림과 로진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물질을 금지하자 공을 더 세게 쥐려는 버릇이 생겨서 팔꿈치에 무리가 가서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익명의 몇몇 마이너리거들은 메이저에 올라가기 위해서 이물질 사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까지 말했다. 사과는커녕 뻔뻔한 대응을 하는 선수가 있는 와중에 전문가들과 대부분의 선수들은 규제하는 것은 맞으나 시기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던지는 적응할 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법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하지 않고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을까?


이물질 사용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릿 콜이 말했던 것처럼 오랫동안 선수들과 선수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사용하던 관행적인 부분이었다. 다만 티 나게만 사용하지 않으면 되었다.(파인타르라는 물질에 한해서고 스파이더택은 별개의 문제다) 경기 중에 대놓고 바르는 행위를 해서 상대편 더그아웃에서 항의를 해서 퇴장을 당한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공인구 자체에 있다고 본다. 공인구가 미끄럽기 때문이다. 러빙 무드라는 진흙을 바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끄러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립감을 높이기 위해 손에 무언가를 바르기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제기되어 온 파인타르가 그것이다. 하지만 파인타르는 낯선 것이 아니다. 타자들이 방망이가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흔하게 사용하던 것이다. 투수들도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 파인타르를 사용했을 것이다. 공이 빠지면 타자들이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볼 같은 경우는 150이 넘기 때문에 타자들에게 큰 위협이 된다. 보호라는 명목 하에 암묵적으로 상호 동의한 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질서 속에서 오랫동안 관행으로 이어져온 것이다. 이런 관행에 균열을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기술의 발전, 앞서 언급했던 rpm의 발견이다.  현대에 이르러 여러 스포츠가 그렇듯 야구에서도 과학기술이 도입되었다. 특히 투수와 타자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측정기구들을 활용해서 유의미한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rpm을 측정하면서 회전수가 늘어날수록 피안타율이 낮아진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이렇게 되다 보니 파인타르를 바르는 것이 예전처럼 그립감을 향상할 수 있는  단순한 도움을 받는 수준이 아니라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타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파인타르를 바른다고는 했지만 그것은 명목상일 수도 있고 잘 던지고 싶은 욕심을 가진 선수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다만 눈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었다. 이제는 수치를 뽑을 수 있고 여러 가지 객관적인 지표를 비교할 수 있다 보니 투수가 이물질을 바르는 것은 약물 시대에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까지 터져 나왔다. 비약이지만 충분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이어져온 관행 속에서 큰 발견을 했지만 쉽게 놓을 수 없었다. 인간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는 부분도 있지만 공이 여전히 미끄러웠기 때문이다. 투수들은 계속해서 공이 미끄럽다고 의견을 피력했었고 wbc 같은 국제대회가 열릴 때 다른 리그 소속 선수들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국은 응답이 없었고 문제를 방치해온 결과 개인이 이것저것 방법을 모색하다가 여러 파문만 남긴 것이 아닌가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관의 가벼움을 감내해야 되는 시간이 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