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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토끼 Apr 19. 2024

버클리, PC의 중심지

작년 여름에 버클리로 놀러갔다. 버클리는 내가 살고있는 사우스베이에서 한시간 떨어져있기에 정말 가끔 놀러간다.


작년에는 버클리에 예쁜 공원이 있다고해서 날씨 좋은 날에 피크닉을 즐기려고 떠났다.


도착한 공원은 역시 좋았다. 적당한 그늘과 적당한 풀, 그리고 공원 바로 앞의 커피숍까지. 우리는 픽업으로 주문한 돈까스 도시락과 함께 피크닉을 시작했다.


나는 내가 미국에 살면서 나름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버클리는 내 예상을 훌쩍 넘어섰다.


공원에는 많은 젊은 청춘 남녀들이 모여있었다. 그 중에는 애기와 엄마들도 많이 보였는데 우리 옆에도 한명 있었다. 그녀는 아기를 안고있었고 주변에는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누가 아기 아빠인지는 알 수 없었다. 워낙 다들 친해보였기에 저 중 한명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그녀는 갑작스럽게 아기를 허벅지에 눕히고는 가슴을 세상 밖으로 내보였다. 대낮에 공원 한가운데에서, 다른 남사친들과 함께 있음에도 그녀는 그렇게 아기에게 젖을 먹였다.

그녀 뿐만이 아니었다. 버클리에서는 모두가 당당하게 한낮의 공원에서도 모유수유를 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그런 광경을 당연하게 받아드렸다.


나는 속으로는 놀랐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했다. 그래, 사실은 예상했던 요소였긴 했다. 개방적이라면 야외 수유 정도는 기본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를 쇼킹하게 만든 사건은 따로 있었다. 느긋하게 몸의 절반은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고있던 그때, 공원에 새가 한마리 나타났다.


비둘기가 아니었다. 독수리도 아니었다. 공원에 등장한건 한마리의 닭이었다.


그냥 평범한 닭이었다면 어디 근처 닭장에서 도망쳤겠거니 생각했으리라. 그러나 그 닭은 하네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 닭은 바로 애완닭이었다. 날개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전용 하네스를 착용한 닭은 주인과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애써 놀란 가슴을 진정하려 애썼다. 닭이 내 근처로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새는 지저분하다는 관념이 내 머릿속에 있었다) 나는 닭을 노려보았다.


놀랍게도 이전에 모유수유를 한 여자와 그녀의 친구들은 그들에게 다가온 닭을 따스하게 맞이하며 주인과 가벼운 스몰토크를 시작했다. 나는 더없이 놀랬다.


버클리에서는 애완닭 산책마저 일상적인 곳이구나. 그래, 왜 닭도 산책 좋아할 수 있지(?)


가벼운 사건이었지만 내 기억에는 오래 남았다. 아마 내 사고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편견이란건 정말 사소한 것에서부터 있다. 당연히 모든 편견을 깨트릴 수는 없다. 비효율적이고, 불가능하다. 하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보았을때 나는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방금 든 생각, 편견에서 비롯된건 아닐까? 내가 저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가벼운 사건에서 비롯된 가벼운 생각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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