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입사원은 골프 안치나? 이번 주말에 같이 한게임 어때?"
회사가 변했다. 아니, 내가 다른 모든 회사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니 단정을 할 수 없다. 변해간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정말 그렇게 수많은 회사들이 변해갈까에 대해 의구심은 있다. 상하지위를 중요시하던 수직구조의 회사에서 수평구조로의 변화는 꽤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변함없이 '나 때는 말이지'하면서 달려드는 상사들의 등쌀에 회사문화는 쉬이 바뀌지 않았다. 아무리 법으로 강제해 와도 그때일 뿐,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부하직원들을 조여 오는 방법쯤은 수천 가지 있다. 지금도 심심치 않게 뉴스에 올라오는 직장 내 갑질얘기를 보더라도 갈길은 좀 멀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다름을 확실히 느낀다. 조직은 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울타리일 뿐, 그 이상이 아니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하고, '퇴근하겠습니다'하고 나오면 된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정상적이고, 예전에는 왜 그랬을까 허무하기까지 한다. 딱 알맞게 하면 되는 것을,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그 조금 한 월급에 내 주말을 고스란히 헌사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은 나의 젊은 시절을 비판한다. 너무 아깝다. 내 아이들과 조금 더 놀아지지 못한 그 시간들이 아깝고, 별로 대단치도 않을 일로,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주는 그때 순간순간의 일에 스트레스받으며 머리를 쥐어뜯던 나의 그 시절이 어리석기까지 한다.
나는 그걸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말할지 모르겠지만, 내 노력과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 조직의 생태를 알고 나서부터는 조직에 대한 혐오감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라인을 잘 타야 한다, 이번에는 네가 좀 양보해 줘라, 뜬금없이 체결직전의 업무를 두고 그 일은 다른 부서로 넘겨주고, 넌 이 걸해라...라는 말도 안 되는 식의 업무지시는 이제 역겹기까지 한다. 조직의 논리에 개인의 노력은 한 낫 미물보다도 못한 것이며, 그러면서 등토닥이며 술이나 한잔 하자는 상사는 비겁하기까지 했다.
물론 과거를 회상하며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는 6~70년대 분들은 변함없이 이러한 문화가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회사는 가족이다. 애사심을 가지자를 외치며 88 서울올림픽 시절에 입사하신 분들도 아직 회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오는 괴리감은 어떻게 회사가 정리할 것인지는 명확지 않았다. 법정교육이라고 받아보면, 부하직원 후배직원에게 하는 모든 말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마치 같이 자리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까지 오해한다. 말을 섞지 말던지.... 에휴....라는 한숨이 나온다.
회사는 그런 곳이다.
생각해 보면, 요즘 이런 분위기는 하나의 큰 사회현상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기에 여러 대기업들이 따라 하는 게 아닐까. 호칭을 존대하며, 계급을 통일화하고, 조직을 수평으로 만드는 것 말이다. 이렇게 되면, 분명 단점이 많을 것이다. 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갈 수 있으니, 길 잃은 개인들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좌절한다. 너의 좌절에 나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난 상관없다. 너와 나는 다른 길을 가고 있으며, 길이 다른 우리라는 개념은 언제라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답은 없고, 그저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서 좋은 조직문화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무렴 가장 좋은 회사생활이 될 것이지만, 그렇게 안되기에,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복잡한 생각을 할 것은 없다. 항상 말하듯 나의 인생에서 회사가 차지하는 부분을 최소화해야 한다. 회사는 나의 꿈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내 어렸을 적에 회사원을 나의 꿈으로 말하지 않았다. 밥벌이라는 명목으로 매일아침에 꾸역꾸역 만원 전철에 내 몸을 밀어 넣고 있지만,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닫기 위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생각하면서 살아가고자 한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진 말고, 그런 삶이 되지 않도록 주변말들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 내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고 회사가 마치 내 생에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지 않게 된다. 여유 있는 사람은 생각도 여유롭고 행동도 여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