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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Nov 24. 2022

[회사생활백서 #32]칼날이 휘몰아치는 연말인사

떠나는 사람과 새롭게 간택된 사람들의 상호관계

"전부 여러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기쁜 감정을 억누르면서도 가끔씩 터져나오는 행복한 웃음과 기쁨을 감추질 못했다. 그도 그럴게 80년생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임원으로 승진했으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그만큼 그에게 역량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있었지만, 어차피 임원진급이란게 자기가 특출나게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니 만큼, 나는 충분히 그에게 축하를 해 주었다.  제가 한턱 쏘겠습니다...라고 말한 약속은 임원이되면서 바빠졌는지 지켜지지 않았지만, 그는 그렇게 회사내에서 승승장구할 줄 알았다. 


딱 그렇게 2년이 지난 오늘, 나는 그의 퇴사를 알게 되었다. 금번 인사에서 그는 윗선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회사도 어렵고 그가 담당하는 분야가 좋은 실적을 못 올린것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저 어린나이에 임원을 시켜놓고 2년만에 자른다는게 너무하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가차없이 자르는 회사의 판단은 그 어느 칼날보다도 날카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도, 그 연락을 인사발표 2일전에 받았다고 하니 말이다. 


누구는 웃고 누구는 떠난다. 어차피 임원이 되었을때는 계약사원의 입장이니, 회사는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것이다. 잘 해주면, 고문자리 하나 마련해주며 보잘것없는 월급을 주겠지만, 그게 성에 찰가 한다. 결국, 다른 유관회사로 바로 못가게 막는 아주 미약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그에게 있어, 젊은 나이에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임원으로 대우해준 회사가 상당히 고마웠을 것이다. 그러나 2년만에 그에게 있어 그 회사는 180도 바뀐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그 당사자는 2일전 발표를 듣고 난 이후 회사를 나가 현재까지 두문불출하고 있다.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것이다. 


임원이 그런거다. 

누구는 임원이 됬다 하면 축하해줄 일이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언제 짤려도 아무말 못하는 하루살이 인생과도 같다. 더욱이 어린나이에 임원이 되면, 그 명줄을 정말 가느다란 실과 같다. 해서, 임원도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 되는 임원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다니는 일본회사가 그렇다. 한국 대기업의 임원을 만날라 치면, 만남을 요청한 회사의 직책이 어떻게 되는지, 임원인지 아닌지 부터 물어보는 그들의 문화에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는 임원을 잘 안시켜준다. 빨리되어봐야 50대 중반이다. 왜 그런지를 물어보니, 결국 종신고용이다. 빨리 임원되고 짤릴 수 있으니, 그럴바에는 임원이 안되는게 낫다는 것이고 이는 회사 노조도 다 인정해 그렇게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40대에 임원 4~5년 하는것 보다, 그냥 정년까지 꾸준히 가는게 더 좋다는 거다. 




어제도 어김없이 축하할 사람이 생겼다. 나이는 어리지 않았지만, 변방에 있어 그냥 그랬던 사람이, 어느날 위로 올림을 당하더니<?> 이번에 임원자리에까지 올랐다. 순전히 그의 특출남을 알아본 어떤 사람이 특별하게 키워준 케이스긴 하지만, 그의 노력만큼은 작지 않았음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에게 축하한다고 했고, 그는 고맙다며 또 언제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한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 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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