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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Mar 06. 2024

내가 매 순간 생각을 놓지 않는 것은.

그래. 죽음이다.

참으로 다루기 어려운 것이면서도, 세상에서 모두에게 공평하며, 어쩌면 전 우주적으로 봐도 가장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주제임이 분명하다.


내가 처음 이 주제를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때이다. 그때 느낌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못해,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매번 잠을 설치고, 불안해하기 일쑤였다. 뭔가 엄청난 존재가 밀려오고, 아무 힘없는 나약한 존재가 방안을 빙빙 돌면서 피해보려 하지만, 결국은 그 기세에 눌려버리는..... 말로 표현하자면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형의 사망을 통해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왔지만, 나는 여전히 이 주제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결국 모든 인문학은 죽음으로 귀결되는 것임을 깨닫고, 나의 삶이 어때야 한다는 것을 인지한 후에서야 나는 아주 천천히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내 나름대로 처음에는 조금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부모님보다 먼저 가는 건 아니다. 그리고, 내 아이들이 나에 대한 추억이 충분히 생기는 그 이후가 되면, 일단 이 생에서의 나의 욕심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 가지 구멍이 발견된다. 그 중심에 있을 나는, 나에 대한 이상이나 꿈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그저 가족을 생각하며 부양할 것에 목매어 이리저리 치이고 사는 나의 인생은 어떠한가 말이다. 물론, 그때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곤 한다. 맞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중년은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좀 더 보태면, 가정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산다.


여기에 허점이 있다. 그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옳은 것인가. 1등은 못되더라도 중간만 하면 되는 건가에 대한 고민이, 결국 내가 참 오랫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 온 것이다. 물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명확지 않다. 그리고 결국에서는 그냥 따뜻한 방에서 이불 덮고 있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자기 암시를 한다. 혹자는 이를 보고 나태함이라고 하고, 혹자는 모든 것은 결국 기본으로 돌아온다고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인생은 그냥 되는대로 사는 것이지, 계획을 한다는 것 자체도 본인에게 스트레스이며, 그런 계획조차도 실현여부는 개인의 진정한 행복과 연결될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버킷리스트는 그저 내가 죽기 전에 최소한의 후회를 줄이고자 하는, 일종의 자기 암시와 같다. 내가 이걸 했으니, 나는 이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라고 말이다.   


아직 결론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고민하는 것은, 나조차도 일종의 자기 암시와 같은 진정한 버킷리스트를 찾아 헤매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어느 여름밤. 가족과 함께 자는 방에서 조용히 읽은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나는 그 밤, 그 무언가의 허망함을 느끼며, 다시금 고통에 절어 있긴 했다. 익숙해지지 않은 주제이나,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는 항상 분명하다. 그래서 계속 생각한다.


적어도 내 마지막이 언제일지 모를 테니, 그 마지막이 허망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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