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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Jun 14. 2024

[회사생활백서 #37] 아까운 사람들

두 명을 소개해보겠다.


한 명은, 회사장학생을 뽑혀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왔다. 또 한 명은 대전 유명대학의 박사출신에, 그의 연구로 장영실상도 받은 사람이다. 이 둘의 현재는 어떠할까.


회사장학생으로 4년간 미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많은 실적을 쌓아 임원진급 0순위였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진급직전에서 탈락했다. 사실 그렇게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윗사람 눈에 찍혀서 좌천되었다는 것으로,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알려졌다. 또 한 명은 본인보다 일찍 임원을 단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고, 또 그 사람의 갈굼으로 인해, 본인이 20년간 진행해 온 업을 놓고 부서를 옮겼다. 지금은 팀조직의 일원으로 그 어떤 타이틀도 가지고 있지 않다.  40대후반의 박사에 장영실상을 받은 사람이 말이다.


회사에 들어와, 누가 뭘 가르쳐주지 않았던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는, 일을 잘하면 진급이 되는 줄 알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좋은 결과를 도출하고, 실행에 옮겨 성과를 내면 그렇게 되는 줄 알았다. 근데, 이상하게도 진급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더라.


어느 정도까지는 열심히 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팀장이나 그룹장, 임원 같은 어느 한자리 차지하는 것은, 단순히 실력 가지고는 안된다고 나는 과감히 말하고 싶다. 적당한 연줄을 찾아, 나름의 Yes맨이 되어야 한다. 아니꼽고 치사하긴 하겠지만, 그것이 정의라 하기엔 지금의 생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긴 하겠지만, 그래도 진급은 내 사람을 올려주는 것이지, 내 사람이 아닌, 그저 일만 잘하는 사람은 절대 올려주지 않는다.




저 위에 회사 장학생이 물러나고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사실 듣보잡이었다. 뭐, 너무 유명해서, 혹시나 내가 여기 글을 쓰는 것조차도 괜스레 조심해진다. 정말 그의 상사에 대한 충성도는 어마어마할 정도다. 주말에 어르신들과 등산을 즐기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며, 여름휴가 끝나고 와서 상사들에게 선물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밑은 보지 않고, 위만 바라보면서 달리는 그런 사람이었지만, 그런 사람이 진급하는 세상인 거다. 임원이 된 지금도 내가 누구누구의 라인이라고 떠벌리고 다닌다.


본인보다 일찍 임원을 달았다고 말한, 그 임원은 하는 일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이었다. 나도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직접 만나보고, 아~ 어르신들이 좋아할만하겠다 싶었다. 뭔가, 말도 고급지고 옆에 두면 내가 더 으쓱해지는 그런 느낌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며 임원진급했지만, 절대 밑은 보지 않았다. 어느 날 같은 회사의 대학연구실 선배가 그에게 다가와 [상무 된 거 축하해. 앞으로 잘 부탁해]라고 했더니, 그 임원이 [이젠 좀 말 좀 조심히 하시죠. 친구도 아니고.]라고 말한 유명한 일화도 있다. 결국 이런 일들이 많아져 조기 퇴사를 했지만, 이후 행적을 들어보니, 모 대학의 부교수로 갔다 하더라. 더 잘된 것 아닌가 싶다.


더 많은 실제와 같은 일화들은 널리고 널렸지만, 결국에 하고 싶은 말은, 회사에 충성만 한다고 해서 절대 진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나와 코드가 맞는 좋은 연줄을 찾아보고, 찾았다면, 상황을 보고 영리하게 열심히 하길 바란다. 내가 부장인데, 내 밑에 차장이 일을 잘한다고, 내가 부장추천을 하진 않을 것이다. 내 밥그릇을 빼앗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그 차장은 위에 부장을 보는 게 아니고, 그 위에 상무나 전무의 동태를 열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부장과의 관계는 서먹해지겠지만, 진급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심플하게 얘기하면, 상사와의 관계는 별로지만 일 잘하는 A와 상사와의 관계가 좋지만 일 못하는 B가 있었을 때, A와 B 중에 누가 진급을 할까. 큰 확률로 B가 진급한다에 나는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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