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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ul 11. 2024

10. 시련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인생수업


당신이 아름다운 정원에 앉아 있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고통 속에 있다면,
만일 당신이 상실을 경험한다면,
그리고 만일 당신이 머리를
모래에 묻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아주 특별한 목적으로
당신에게 주려는 선물로 여긴다면
당신은 성장할 것이다.  
<인생수업> 中


코로나, 가정경제위기, 기다리던 아이를 배에 품은 채 마주한 태아의 건강문제와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 한 해 동안 상상도 못 한 시련을 3개월 간격으로 겪으며 인생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치닫는 경험을 했다. 정신적, 물리적, 신체적 고통 중 하나만 겪어도 멘탈이 나갈 것 같은 고난들 앞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 제4장. 상실과 이별의 수업에서 상실(이별)의 5단계(파란색)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마다 겪는 순서와 머무르는 단계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과정 거치며 상실을 극복한다. 물론 한 단계에 빠져 상실의 슬픔과 괴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 속에 갇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충격 - 부정 - 분노 - 타협 - 절망 - 수용 - 성장


나 역시 이 과정들을 겪었다. 특히 분노와 타협을 오가며 다음 단계로 좀처럼 넘어가지 못한 채 자그마치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어린 두 아이와 사랑하는 가족, 신앙의 힘으로 절망(우울)의 단계는 오래 밟지 않은 것 같다.


"왜?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아픔을. 고난을. 우리에게 주신 것인지" 분노하고. 원망했다. 그러다 "남편이 어느 정도 회복된다면 난 견딜 수 있어."라고 타협하고 협상했다. 후유증으로 좌절하는 순간이 오면 또다시 분노하고 타협하길 반복하며 '불쌍한 처지'라는 쳇바퀴에 나를 넣어 계속 돌고 돌았다. 


내가 분노, 타협, 절망의 단계를 오가는 동안 두 아이는 어느새 훌쩍 커 있었고, 남편은 재활골든타임이 지나갔으며 부모님의 주름은 눈에 띄게 늘어나있었다. 후회투성이다. 수용의 단계로 빨리 넘어갔어야 했는데... 지금은 시련의 아픔보다 놓쳐버린 시간에 대한 상실감이 더 크다. 고난을 조금 일찍 겪었기에 지금 아픔 속에 있는 분들께 감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충분히 아파하되 가능한 서둘러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인생수업>에서 엘리자베스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그 누구도 빨리 넘어가라고 재촉할 수 없다고.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잃게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은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이 마땅히 느껴야 할 감정입니다. 우리는 결코 누군가에게, "넌 부정의 단계에 너무 오래 있었어. 이제 분노의 단계로 넘어가야 해."하고 말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치유의 과정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실을 경험했을 때, 그 반응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상실은 우리에게 공허함과 무기력함, 분노, 슬픔, 두려움 등의 감정을 남깁니다. - 중략 - 이런 단계들을 거치는 것이 치유의 과정입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시간이 그 모든 것을 치유하리라는 사실입니다.


맞다.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치유될 것이며 온전한 자신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이라는 약을 얼마나 끌어 썼느냐에 따라 온전한 자신과 더 일찍 마주할 수 있을 테고, 아픔 속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빨리빨리의 한국인으로서 '상실과 이별의 수업'에도 빠른 회복이 적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픔과 마주했을 때 상실(시련)의 단계를 빨리 통과하고 회복한다면 시련이 주는 값진 선물을 더 빨리 받아 볼 수 있을 테니까.  


우리의 실패와 좌절이, 나의 후회가 양분이 되어 여러분의 고난 속에서 성장이라는 꽃을 피우는데 촉매제로 쓰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는 수용의 단계를 넘어 성장하고 우리의 아픔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은 꿈이 생겼다.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이 우주가 당신을 상실이라고 하는,
인생의 박사 과정에도
등록해 놓았음을 깨달아야 해요."
<인생수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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