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힘이 되어주는 음악과 글
내 몫의 빛을 전부 잃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있습니다. 실수로 그만 하수구 같은 데에 빠뜨렸을 수도 있고요. 으르고 협박하는 누군가에 순순히 내줬을 수도 있지요. 아니면 그저 스스로 깜깜하고 싶어, 어디 멀리 내 다 버리고 왔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빛을 잃고 난 몸안은 정말로 어둑어둑해져선, 느른해진 상태로 침대 위에 곧장 쓰러지고 말아요. <무드 인디고> p.32
자신은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를 통해 꿈을 꾸는 것이라던 듀크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빛을 잃어 흑백 화면이 되어버린, 소리가 나지 않던 내 현실에 타인의 꿈이 개입합니다. 음악을 듣는 일이란 이런 것 아닐까요. p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