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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슬 Apr 09. 2024

왜 하나만 낳냐면요

나만의 저출산 대책

내가 중학생 때 동생이 태어났으니 그때까지 나는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다.

나와 띠가 같은 엄마는 젊고 예뻤고 외제차를 몰며 임신까지 했으니 영어도 모르는 무식한 친구들이 '쎄컨(새엄마)'이란 단어로 놀릴 만도 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음 착하고 무한 양보만 하는 언니 같은 엄마는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었다. 장난감도 음식도 치열하게 차지할 노력은 불필요했으니, 나는 조바심 따위는 알 수 없었다.


그러던 나에게 첫 조바심이 생긴 시점은 늦둥이 생의 출현이었다.

가족의 관심은 남동생에게 통째로 옮겨졌고, 나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단골식당 양곱창집에서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코코스로 바었다.  순식간에  소 내장을 씹는 기쁨을 앗아간 동생은 나에게 침략자였고, 그때부터 난 조바심이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그렇다고 나의 유치한 감정 때문에 지금 내가 출산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온 나라가 조바심을 팔고, 아이들은 그 장단을 맞추느라 힘겨워 보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의 꿈이 '돈 많은 백수'거나 '의사'로 단일화된 이 세상을 만든 어른들다 너희들 잘되라고 하는 말이라는 허황된 말을 주입시킬 뿐이다.

 

옆친구를 밟아야 내가 성공하는 상대평가부터 대학 순위와 내 인생의 등급도 결정되는 아이들은 늘 조마조마해하며 서글퍼한다.

 

조바심은 곡식의 한 종류인 '조'와 타작을 뜻하는 순우리말 '바심'의 합성어이다. 유난힌 꼬투리가 질겨 이삭을 떨어내는 일이 만만치 않은 조 타작은 힘조절이 쉽지 않다. 여기서 두 번째 의미 '마음을 졸인다'가 생겨난 것이다.


나의 유년기 조바심을 늦둥이 동생 덕분에 느껴보았지만, 그 감정은 결국 소중한 피붙이고 가족이기 때문에 상처로 남지 않는다.


이 순간부터 나에게 "왜 하나만 낳아요?"라고 묻는 분이 있다면, 이 글의 링크를 전달해 드리겠다.

아, 출산할 때마다 돈으로 보상한다는 정책을 만드는 분께도 이 링크를 보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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