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허리를 꼿꼿이 세워보게 된다. 내 능력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그분의 영광에 잠시 묻어가 보려니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간다.
노벨 문학상 수상이 얼마나 위대한지 아이에게 설명하다가 그만두었다. 지난번 백일장에서 입상한 수상자에게 건넨 축하의 말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였다.
이렇게는 직성이 풀리지 않아 '채식주의자'를 찾으러 서재로 가보았다. 올 봄에 서재 정리를 하며 다시 읽지 않을 책으로 분류했었고, 지금은 다른 책 사이에서 지지대 역할을 하는 중이다. 나의 몽매함은 가망이 없다.
아무튼 대한민국에 2002년 월드컵 이후 많은 이들을 들썩이게 한 적이 있을까. 증쇄하느라 정신없는 출판사를 재촉하듯 독자들은 광화문 서점으로 뛰어가 줄을 섰다. 독서 입문자를 위해 한강 작가의 작품을 순서대로 정리해 주는 유투버, 함께 읽을 책 목록을 수정하는 독서 모임장, 그리고 K-novel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을 가르칠 한국어 교원까지 나름의 이유를 하나씩 걸쳐가며 마음껏 설레고 있다.
전쟁 중에 무슨 잔치냐며 기자회견도 마다한 그 분과 난 다른 인간계에 있으므로 실컷 기뻐하기로 했다.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책을 집필하는 동안은 거의 매일 우신다는 그분이 택시 안에서 듣고 운 악동뮤지션의 노래는 나에게 눈시울조차 붉어지지 않으니 난 분명 그녀와 다른 세계인이다.
다시 스피커의 음량을 높이고, 악뮤의 이별까지..를 들으며 눈을 좀 더 치켜뜨면 눈물이 나올까. 아니다. 그냥 마냥 기쁜 이 순간에 나의 수준으로 잔치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