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준비생의 실험실 ep01.
회사 생활을 한 지 어언 7년.
2016년부터 시작한 회사생활은 중간중간 큰 파도를 만나며 평탄하지 않게 흘러갔고 그 때문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나는 회사를 떠올리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리 때까지만 회사를 다니겠다고.
어쩐지 김 대리는 상상이 되어도, 김 과장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졸업 후, 교수님의 추천으로 자연스럽게 의류 해외영업팀에 취직했고 엄청난 업무 강도에 2년이 가까운 시점에 내수 브랜드로 이직했다. 이때, 나는 천천히 나 스스로를 점검해봐야 했지만 급한 성격 탓에 얼레벌레 일을 시작해 버렸고 2년 반이라는 시간을 습관처럼 흘려보냈다. 그동안 내 안에 심겨있던 물음표의 씨앗은 무성히 자라 숲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숲은 쉴 새 없이 나한테 질문을 던졌다.
'이게 정말 네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맞아?'
'평생 하고 싶은 일이 맞아?'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시도를 안 하는 건 아니고?'
이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질 때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나 스스로를 탐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강점검사, 적성검사, 각종 심리테스트부터 사주, 신점까지 나를 정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찾았다. 누구라도 정답을 말해주길 바라면서. 멱살 잡고 이 일을 위해 네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고 얘기해 주길 바라면서.
그렇게 수많은 검사들은 항상 평이한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다 고만고만하게 할 줄 안다는 결과가 나를 더 방황하게 만들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지표로 해석하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내겐 그저 그 어느 하나도 특출 나지 않다는 이야기 같아 숨이 막혔다.
부정하고 싶은 결과 가운데 그나마 내가 동의한 것은 사주와 신점을 볼 때마다 똑같이 듣게 되는 얘기였는데
그건 회사 생활이 맞지 않는다는 것. 사업을 하려고 태어났다는 것. 어딜 가도 만족하지 못할 거라는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A부터 Z까지 해내고 싶어 했다. 뭘 모르는 게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비효율적인 프로세스에 열 분을 토했으며 항상 효율적인 일처리와 그에 따른 매뉴얼을 만들고자 애썼다. 사업이든 장사든 소위 내 걸 해야 한다는 얘기를 어릴 적부터 들어왔기에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추진력이 모자란 유형의 걱정인형으로 항상 걱정만 많고 행동은 하지 않는 겁쟁이에 불과했다.
뭐라도 시작해 보자는 마음에 사업이든 장사든 마케팅이 기본 아니겠어? 하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경영대학원(MBA) 석사과정으로 마케팅을 전공하고 회사를 병행하면서 지루하고 재미없는 회사생활을 대학원에서 배우는 새로운 것들로 환기시켰다. 마케터로 전업하기 위한 다리로 선택한 대학원이었고 그 목적을 달성했기에 지금 3년 차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김대리가 되었다.
올해 초부터 회사에서 말도 안 되는 부당한 대우들을 겪으면서 당장이라도 이직하고 싶었다. 이런 부당함을 묵인하고 근로조건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며 비아냥대는 대표를 위해 일하기 싫었다. 그렇게 여러 회사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면접을 보러 갈 때마다 이상하게 내 안에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게 이직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히 생각을 곱씹고 고민하면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는 내가 진짜 내 걸 찾아야 하는 시점이구나. 더 이상 회사로 도망치는 스스로를 용납할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24년, 회사로부터의 EXIT을 목표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고 그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쓴다. 사업이 될지, 장사가 될지 나도 아직 나를 모르겠다. 어린 '나'와 지금의 '나'는 정답을 모르는 건 똑같지만 지금의 '나'는 기특하게도 생각을 오래 하지 않고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그냥 JUST DO IT 해보기로 했다. 사업이든 장사든.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어디서 그러더라, 길을 찾지 말라고. 그냥 하다가 성공하면 사람들이 그걸 길이라고 부르는 법이라고.
그 말을 믿고 EXIT까지 남은 3개월
성공도 실패도 해본 적 없는, 어쩌면 어느 하나 간절해본 적이 없어 문제였던 나의 인생에 전환점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