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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원 Jan 21. 2024

아기들 키우며 학교에 다니는 엄마

나의 이야기가 헤매는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재입학 후에 첫 학기 강의를 신청할 때 가장 우선순위로 두었던 키워드는 ‘가치’였다.

내가 배우고 싶은 내용 인가 그리고 그 수업을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는가였다.

수업내용이 수월해서 편하게 들을 수 있다거나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교양수업으로 글쓰기 수업과 영상 크리에이터 도전하기 수업을 신청했다.

나의 시간을 기록할 만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고,

영상편집 강의는 학기말 즈음 자신의 영상을 하나 정도는 꼭 완성을 하고 상영을 해야 했기에

혼자 해보는 것이 자신 없었던 나에게 딱 적합했다.


나의 첫 영상은 세 명의 아기를 키우면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엄마의 하루를 담은 영상인데

이 콘텐츠를 기획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목표는 명확했다.

보는 이들에게 아주 작은 티끌만 한 영감 또는 용기, 둘 중 하나라도 던져주는 것이었다.


하루는 강의실 앞으로 나가 자신의 콘텐츠 기획서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아직 결혼이 진정 무엇인지, 아이를 낳고 키우며 부모로 살아가는 건 어떤 삶인지 당연히

알 수 없을 예쁘고 싱그러운 모습의 20대 초반 학생들 앞에 서서 나는 무작정 이야기했다.


“저는 또래 친구들이 이렇게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에 일찍 가정을 꾸리고 아기를 낳아 육아를 시작했습니다.

한 때는 나 이제 앞으로 뭘 할 수 있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막막하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오고 이렇게 세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이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는 저를 보고,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던 누군가도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나의 기획의도였다.


모두들 집중해서 나의 발표를 들어주었지만

사실 내용이 그들의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너무나 당연하다.

아기를 낳기 전의 내가 그랬 듯, 겪어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니까.


아기 키우는 것 말고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을까.


내가 다시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하는 게 내 욕심은 아닌가.


이미 많이 늦어버린 건 아닌가.


지난날의 내 머릿속은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과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들로 가득했다.


이건 혹시 모를 일이다.

나와 함께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에게도 훗날 이런 순간이 불쑥 찾아들지도.

그때, 오래전 같은 강의를 들었던 나를 떠올리고 ’ 그때 그런 사람도 있었지 ‘ 하며

 앞으로 자신의 삶을 보다 더 긍정적으로 펼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영상에는 무언가를 시도해 보기에 완벽한 상황은 없으니까 세 아이를 키우면서 대학에 다닐 결심을 했고,

완벽한 상황이 주어지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그 상황을 내가 만들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늦깎이 대학생의 이야기가 아주 먼 나중에 누군가 한 사람에게는 힘이 되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꿈꾸고 있는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도 할 수 있다. 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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