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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원 Oct 27. 2023

아이 셋인 엄마가 대학에 간다고?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더 듣기로 했다.

대학을 다시 가기까지 숱한 고민의 순간들이 있었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고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고

차라리 뭔가를 한다면 일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공부를 한다는 건 내가 너무 이기적인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아이를 낳은 후에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질문을 꼭 했었다.

’다시 학교에 가는 거 어떨까요?‘

‘학교에 다시 다니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보다 더 삶을 살아본 어른들께도 조언을 구하고

보통의 20대의 시간을 지나온 친구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글쎄, 굳이?’ ‘에이, 뭐 하러 다시 학교를 다녀..’ ‘애들이나 잘 키우면 되지.’


’역시 그렇구나. 내가 지금 해야 할 역할은 아이들 잘 키워내는 거지. ‘하고 생각을 굳히려던 어느 날,

나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는지 동네에서 같이 아이를 키우는 언니들에게 슬며시

이야기를 꺼냈다.

‘셋째 어린이집 다니면 저 학교에 다시 다닐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언니들은 내 말에 바로 얼굴에 화색을 띠면서 한 마디씩 대답했다.

‘너무 재밌겠는데!?’

‘해봐! 내가 다 신난다. 재밌을 것 같아’

‘힘들겠지, 많이 힘들 거야. 그래도 공부해~ 해 줘, 효원아’


본인 일처럼 들뜬 모습으로 대답해 주던 그 장면이 너무 선명해서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가 않는다.

처음으로 적극 응원해 주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그때 알았다.


‘ 아! 나는 사실 이 말이 듣고 싶었구나.

이런 대답이 듣고 싶어서 여태 그렇게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녔나 보다. ‘


이토록 중요한 일을 왜 남들이 결정해주길 바랬을까.

그날을 계기로 나는 학교에 다시 다니면 어떻겠냐고 질문하는 것을 딱 그만두었다.

그때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누구에게도 물어본 적이 없다.


챙겨야 할 아이가 셋이나 되는 엄마가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려고

다시 학교에 다니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철없이 시간낭비하고 남편이랑 애들만 고생시킨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여태 남들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지만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내 마음속에서 어떤 답을 원하고 있었는 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겁이 나서 발도 디뎌보지 않고 가보지도 않은 길을 돌아보며

영영 나 자신을 탓하고 후회하기보다는

새로운 길에 발끝이라도 내디뎌보고 후회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걱정들은 접어두고

보통의 사람들은 하지 않는 일,

남들이 그건 말도 안 된다고 하는 일을 한번 해보기로 결심했다.

내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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