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원 Feb 02. 2024

오른팔을 다치고 얻은 것

학교도 꼬박꼬박 다니고 나름대로 육아에도 소홀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부지런히 살아가던 중에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을 마주했다.


이십 년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뼈를 다쳐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무려 오른팔이 부러졌고,

일상생활에서 오른손으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못 하게 되었다.오른손잡이인 나에게는 절망적이었다.


아이들 케어도 걱정이었지만

사실 내가 벌려놓은 일들이 더 큰 문제였다.

오른손은 깁스로 꽁꽁 묶였는데 한 시간 거리의 학교를 매일 아침 운전해서 가야 하고,

전공으로 주 3회 실기수업이 있고, 과제가 쏟아지는 데다가 기말시험도 바로 코앞이었다.


과제를 하기 위해서 멀쩡하게 남은 왼손 하나로 타자를 치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고

강의시간에 필기는 거의 할 수가 없어 핸드폰 메모장에 적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겨우 학교는 다녔다.

한 손으로 영상수업에서 짧은 영상 하나도 완성했고, 깁스 한 채로 실기시험도 보고, 필기시험도 모두 무사히 치렀다.


이십 년이 넘도록 두 팔을 쓸 수 있는 건 항상 당연했다. 오른팔을 못 쓰게 되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항상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은 절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두 손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내 몸이 건강한 것만큼 감사하고 소중한 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지만 언제라도 잃을 수도 있는 것은 내 건강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가족, 친구, 물건 등 소중한 그 어떤 것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때로는 나에게 없는 것을 생각하면서 불평만 하기보다는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을 떠올려보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큰 깨달음을 얻은 시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아기들 키우며 학교에 다니는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