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열차에 비해 덩치가 큰 신칸센

JR동일본 E4계 2층 신칸센

by 철도 방랑객

한정된 공간에서 더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르기 위한 노력은 일본 최고 등급 열차인 신칸센에서도 빠지지 않는 과제다. 열차를 중련 편성으로 운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럴 경우 승강장이 상대적으로 아주 커져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입한 열차가 바로 2층 열차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열차는 열차 아래쪽에 엔진을 비롯한 열차 운행에 필요한 시설이 들어가고 그 위쪽에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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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버스와 엔진 및 제반시설 등이 있는 공간.


버스로 비교해보면 흔히 타고 다니는 광역버스나 계단이 있는 시내버스를 연상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2층 열차의 경우 2층 버스와 비슷하다. 2층 버스의 1층은 일반 시내버스에 비해 낮은데, 아무래도 신호등이나 터널 등의 기존 교통 시설에서 어느 정도 높이의 제약으로 2개 층을 최대한 낮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엔진 및 기타 제반 시설은 모두 버스 뒤편에 자리 잡은 것을 볼 수 있다. (일반 버스도 엔진은 뒤편에 있지만, 에어컨과 같은 공조 시설은 버스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같은 원리로 2층 신칸센 역시 객차 사이사이에 열차에 필요한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어서 1개 층만 봤을 때는 일반 열차에 비해 좌석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2개 층에 걸쳐 승객이 탑승할 수 있기 때문에 수송 효과는 확실히 1층만 있는 일반 신칸센에 비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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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부터 웅장한 E4계 신칸센.


한때 도호쿠 신칸센 구간도 다녔던 적이 있지만, 현재는 도쿄와 니가타 구간을 오가는 조에츠 신칸센에서만 볼 수 있는 2층 신칸센. 원래 2개 종류의 2층 신칸센이 있었지만, 신칸센 가운데 최초로 2층으로 운행한 E1계 신칸센은 2012년에 운행을 끝냈기에 이제 일본에 남은 2층 신칸센은 E1계 열차의 후속으로 등장한 E4계 신칸센뿐이다.


20180403_201808.jpg 승강장 천장까지 꽉 차 보이는 중련 편성의 E4계 신칸센.


이 열차는 8량 편성이 기본 편성인데, 중련 편성을 해서 16량으로 운행하기도 한다. 한때 이 16량 편성 열차는 가장 많은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열차로 기네스북에 오른 적이 있다고 하니 상당히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승강장이 꽉 차 보이는 중련 편성의 E4계 신칸센. 하나만 봐도 상당히 큰데 이렇게 두 개를 연결해놓으니 열차라는 느낌보다 역사 건물을 보는 것 같다.


20190406_134247.jpg 2층 편성이 유독 눈길을 끄는 열차.


신칸센 열차 가운데 영어 알파벳을 사용하는 유일한 열차인 2층 신칸센. Max라고 적혀있는 저 글자는 'Multi Amenity eXpress'에서 온 글자다. 행선지가 적혀있는 열차 도착 시간 뒤편을 보면 2층 열차로 16량 편성이 눈에 띈다. 321호 아래에 있는 323호의 경우 Max가 적혀있지 않고, 2층이라는 표기도 없어서 일반 신칸센으로 운행함을 알 수 있다. Max는 아무 의미 없이 붙인 것이 아니라 2층 신칸센으로 운행하고 있음을 알리는 하나의 표기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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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 승차권 중 유일하게 2층 표기가 있는 E4계 신칸센.


승차권을 살펴보면 일본어만 표기된 승차권에도 유일하게 알파벳 'M'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영어 표기에서 유일하게 소문자를 사용한 것도 Max 부분이다. 2층 신칸센은 현재 구간에 따라 Max도키호와 Max다니가와호로 나누어서 운행 중에 있다. 조에츠 신칸센 전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는 Max도키호. 일부 구간 또는 임시역인 가라유자와역까지만 운행하는 열차는 Max다니가와호다.

두 열차는 도쿄역부터 가라유자와역으로 분기되기 전인 에치고유자와역까지 중련 편성으로 운행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물론 가라유자와역이 영업을 하지 않을 때는 에치고유자와역까지(또는 그 전인 다카사키역까지만) 중련 편성을 해서 운행하고, 그 이후 구간은 8량 편성의 나머지 열차만 니가타역까지 운행한다.


20190406_122420.jpg 열차 편성에도 객차 당 2칸이 표기된 E4계 신칸센.


2층 신칸센이어서 다른 열차들에 비해 더 눈에 잘 띄는 열차 편성. 그린샤의 경우 모두 2층에만 있어서 한 객차에 등급이 다른 좌석이 같이 있는 이색적인 풍경도 볼 수 있다. (일반 신칸센에서 그린샤와 보통차가 같이 있는 열차는 산요 규슈 신칸센의 8량 편성 N700계 열차 6호 차와 2층 신칸센 E4계가 유이하다.)


20190406_143049.jpg 열차 내에 있는 안내도.


2층 신칸센은 객차 내 안내도 다른 열차에 비해 복잡하게 되어있는데, 아무래도 한 객차에 2개 층을 담아야 하다 보니 조금 더 복잡해졌다. 계단이 있어서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승객은 상당히 불편할 것 같은 이 열차.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더라도 탑승이 가능한 좌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휠체어 승객을 위한 화장실도 있을 정도로 교통약자도 불편함 없이 이용 가능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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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신칸센에서는 볼 수 없는 좌석 배치.


다른 신칸센과 다른 2층 신칸센의 좌석 배치. 아무래도 2개 층에 걸쳐서 좌석 번호가 매겨지기 때문에 숫자가 커진 것을 볼 수 있다. 1층과 2층의 구분을 위해 1층은 1번부터 시작하는 번호를, 2층은 21번부터 시작하는 번호를 부여한 것도 특징이다. 그린샤의 경우 보통차보다 2개 열이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좌석 크기도 크지만 좌석 간 간격도 확실히 그린샤가 더 넓음을 알 수 있는 좌석 번호다.


20190406_134703.jpg 신칸센 1층에서 바라본 승강장.


고상홈을 사용하는 일본 철도이기에 2층 신칸센의 1층에서 승강장을 바라보면 좌석이 확실히 낮음을 인지할 수 있다. 2층도 2층 나름대로 차창 풍경이 색다르지만, 1층 역시 2층 못지않게 1층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어서 어디가 좋고 어디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1층의 경우 2층에 비해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게 타기 때문에 그린샤 좌석이 아니면서 조금 더 안락하게 가고 싶다면 1층도 괜찮은 선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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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샤 좌석(2층 일부 객차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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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차 좌석(1, 2층 객차 전반에 걸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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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석 좌석(2층 객차 일부에 있다.)


2층 신칸센은 총 3종류의 좌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열 당 좌석 배치가 상당히 독특한 열차도 있다. 우선 그린샤의 경우 다른 신칸센과 마찬가지로 2x2배열로 되어있다. 보통차도 2층 지정석과 1층 지정석 및 자유석은 일반적인 신칸센과 마찬가지로 2x3배열로, 여기까지는 특이한 점이 없다. 하지만 2층이지만 자유석으로 운영 중인 좌석은 놀랍게도 3x3 배열로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팔걸이 하나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좌석은 신칸센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 좌석을 다르게 한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어 보였다. 2층 좌석은 아무래도 1층 좌석보다 인기가 높아서 1, 2층 모두 자유석이 있다면 인기 있는 2층으로 승객이 몰릴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1층은 상대적으로 편한 좌석으로 배치하고, 2층을 상대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어놓는다면 꽤 공평해 보인다. 이는 2층 자유석 승객보다 좀 더 비싼 요금으로 이용하는 2층 지정석 승객에게도 요금 차이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20190406_141144.jpg 계단 이용이 필요 없는 일부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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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신칸센이지만 일반 신칸센과 같은 높이에 위치한 좌석도 있다. 이 좌석을 플랫 시트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설명 그대로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이용 가능한 좌석이다. 앞서 객차 내 안내도에서도 언급했듯이 2층 신칸센은 열차 구조 상 계단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객차에 2개 층을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좌석은 늘어나서 좋겠지만 계단 이용이 힘든 교통약자는 이 열차를 이용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분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좌석이 바로 이 플랫 시트리 불리는 좌석이다. 일본 철도는 우리나라와 달리 지하철 승강장과 같은 고상홈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열차 출입문에 계단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2층 신칸센이지만 휠체어 이용 승객도 탑승이 가능한 것은 이 고상홈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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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되어있어서 계단이 있는 열차. 승무원용 카트는 중간의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한다.


승강장이 고상홈이라서 1층으로 가나 2층으로 가나 모두 계단을 거쳐야 하는 열차. 마치 반지하나 반지상으로 가는 기분이 든다. 이 열차도 차내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카트를 들고 계단을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열차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시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계단 중간에 자리하고 있는 수상한 출입문이 그것이다. 이 시설은 엘리베이터인데, 승객용이 아니라 카트 전용 엘리베이터다. 이 엘리베이터로 인해 승무원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1, 2층을 오갈 수 있다. 그리고 여느 신칸센 열차와 마찬가지로 승객도 열차 내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20190406_142853.jpg 엔진 및 기타 제반 시설로 인해 폭이 좁아진 통로.


집약된 공간에 많은 승객을 태우고 다니는 2층 신칸센. 열차 운행에 필요한 제반 시설이 있어야 할 공간에도 승객용 좌석이 있는 바람에, 이 시설들은 복도 한편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 결과 실내지만 탁 트인 공간을 자랑했던 일반 신칸센과 달리 이 열차의 복도는 마치 우리나라 KTX를 탄 듯 상당히 협소해 보인다. 복도 끝의 계단이 이어지기까지 계속 이렇게 협소한 공간의 연속이어서 답답하게 느껴진다.

승차인원 극대화를 위해 많은 변화가 필요했던 2층 신칸센. 기존 볼 수 없었던 열차 구조여서 그런지 생소하게 보이는 시설도 제법 눈에 띄었다. 또 자유석 요금으로도 2층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고, 계단 이용이 불편한 승객을 위한 플랫 시트를 설치하는 등 승객을 위한 소소한 배려도 눈여겨볼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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