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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현 Jan 30. 2024

베짱이 인생도 살만 한 듯 싶다.


'성실'. 한국인이 주변인에게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이 자세에 대해 나는 딴지를 걸고 싶다. 어제 본 병장월급 125만 원이라는 기사가 나를 이렇게 이끌었다. 이러면서 여유를 갖고 사는 것도 인생을 잘 사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판단된. 이를 후술하겠다.


우리는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고사리 손으로 동화 '개미와 베짱이'를 읽은 적이 있다. 이 동화에서 다루는 핵심 주제는 '성실한 자세'이다. 이는 후술하는 내용에서 드러난다. 동화 속 주인공 개미는 땡볕이 내리죄고 폭염이 엄습한 여름 날에 부지런히 노동을 한다. 엄동설한에 대비하고자 식량을 모으기 위해서다. 대조적으로 베짱이는 개미를 비웃으면서 사소한 일은커녕 한량이답게 음악을 즐기기 분주한다. 나날이 천하태평하게 보낸 베짱이는 추운 겨울 날에 동사를 당하는 비극을 맛본다.


이러한 동화를 알려주는 선생님과 부모님은 우리에게 '성실함'을 재차 목에 힘을 주면서 강조한다. 이래야지 어른이 된 후  주택, 자가용 등을 원활히 마련할 수 있는 부자가 되거나 수능입시에서 경쟁력을 갖춰 명문대 입학을 이뤄낸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서다.


그럴 것이 실제로도 새벽 4시부터 일자리로 출근해 굴지의 대기업 현대를 설립한 정주영 전 현대 회장, " nine to six가 아니다. six to nine이다'라는 말을 남긴 김우중 전 대우회장, 새벽 6시부터 축구훈련을 시작해 밤 11시에 끝마치는 일정을 가져 발롱도르 5개를 수상한 축구의 신 '호날두' 그리고 이 밖에도 자기계발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성인 '아침형 인간'에서 드러나듯이 성실함은 곧 성공의 비결이다.


그런데 서론에서 상술했듯이 나는 이를 다소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다. 내가 군시절 모은 월급을 통해 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2005년 12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총 2년에 걸친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매 달 5만 원씩을 저축하기로 했다. 참고로 이등병 1호봉~3호봉 월급은 1만 5천 원, 나머지 이등병 월급은 노무현 국방개혁 2020에 따라 4만 5천 원, 일병 4만 5천 원, 상병 6만 8천 원, 병장 7만 2천 원이였다. 전역 후 학자금으로 사용하거나 개인적 기호를 충족하는 데 쓰기 위함이였다. 아무튼 이렇게 티끌을 모은 결과 민간인 신분이 된 후 내 손에는 120만 원이 남았다.


이러한 돈을 목적에 맞게 사용했고 점차적으로 이와 관련한 군대추억이 사라질 무렵 정권은 이명박을 기점으로 윤석열까지 총 4번이 바꿨다. 이들은 대통령 당선을 목적으로 군인표를 잡은 데 혈안이 됐다.  이러자 군인 월급 상승이 대선공약에 단골로 내걸었다. 이 결과 어제 기사 뜬 대로 병장 월급이 125만인 시대가 열렸다.

간단히 정리하면 내가 쥐꼬리만한 월급을 2년 내내 전전긍긍하면서 모은 금액이 요즘 병장이 한 달만 안 쓰면 충분히 모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글을 정리하기 전에,  학창시절 때 배운 '상전벽해', '새옹지마'가 나의 두뇌를 스쳐지나간다. 말로만 듣던 이 사자성어를 몸소 체험한 결과 씁쓸함이 앞선다. 나는 허리띠를 졸라가면서 군월급을 착실히 모았지만 이렇지 않은 예비군들은 각각 영역에서 금전적 성공을 달성하거나 명예를 이뤄가고 있어서다.

이러면서 풍문으로 떠돌아다니는 '인생은 타이밍이다'를 각인하게 됐다. 아마 내가 현재 군인이였다면 족히 2천 만 원은 모으고 전역했을 것 같다. 그저 이를 말하자 "가치가 다르잖아"라는 답변을 보내두신 모 권투장 관장 님 말씀을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아울러 앞으로도 성실히 살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래야  인생이지 않던가?



*위에서 말한 nine to six가 아니라 six to nine에 대한 부연 설명은 다음과 같다. 어느 기자가 김우중 전 대우회장에게 성공의 비결을 물어보자 "나는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한 게 아니라 새벽 6시에 출근해 9시에 퇴근했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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