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이것이 진짜 나인가?
주말 이틀을 전부 내주고 11편을 몰아서 끝내버렸다.
< 사상검증구역 : 더 커뮤니티>
제목이 진입장벽인 이 훌륭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시작하면 끝을 향해 달려가 몰아볼 수밖에 없다.
'사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클릭을 쉽게 하기 어렵게 하는 부분도 있고,
평소에도 대립하는 진영의 싸움에 피로도가 쌓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저 유튜버 "천재 이승국"님의 리뷰가 뜬 걸 보고 스포당하기 싫어 정주행을 시작했는데,
결국 웨이브 유료 결재까지 하고 정말 눈이 빠지도록 몰입해서 봤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때때로 대립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의 무리를 만나게 된다.
노동조합이 지향하는 점과 개인의 가치관이 조금 다르기도 했다.
또한
당연히 같은 생각일 거로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다르다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에는 의견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더 커뮤니티는 그러한 순간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우리는 그저 사회 속에서
적당한 웃음으로 민감하지 않은 주제로 가벼운 스몰토그만 나누다가
그 사람의 진짜 속이 얼마나 다른지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설령 알게 되더라도 그저 놀라기에 그치지 않고, 나와 다른 사람과는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무엇이 다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합치할 점이 있는지를 고민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우리가 다르다는 걸 깨닿지 못하고 나와 같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름을 알아도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설득하기를 포기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로그램 규칙에 따라 그들은 듣기 싫고 알기 싫어도 서로 대립하는 의견을 봐야 하고 들어야 한다.
그리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한다.
물론 이 프로그램 참가자는 매우 이상적인 사람들이다.
대부분이 훌륭한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자랐고, 사회에서 각자 포지션이 높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빈곤하거나 부유하거나 성별이 달라도
최소한 이야기를 하고 대화를 해볼 만한 위치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고 그 상황은 영원히 박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하다. 그저 자극적인 말로 찌르기보다는 끊임없이 논리를 펼치려 한다.
그리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방송을 보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선택한 이 성향은 진짜 나를 나타내는가?
그저 추구하는 방향일 뿐 정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너무나 자극적인 서바이벌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 이런 멋진 프로그램이라니.
하나하나 장치들은 아름답고 고민한 흔적이 있다.
공금이 모두를 위해 쓰여진다는 공지가 있었지만 걷는 걸 너무나 싫어했던
'지니'가 마지막에 공금이라도 많이 걷어놓을 걸 후회하는 장면
모든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자기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또한 '하마'의 빈곤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꼭 보길 추천한다.
빈곤함에도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그 도움의 소중함을 알고 도우려는 모습.
가졌음에도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고
그저 노력으로 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 속에 쌓여있다.
개인의 능력에만 기대는 사회가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사회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기회가 될 것이다.
('다크나이트' 역시 빈곤을 나타내고 있지만 개인을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타고 났음에도 그것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
신체든 두뇌든 끈기든 무엇이든 일정부분 타고 나야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역시 스스로 이루어 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졌다 말하는 부분은 '돈'이라 생각하는 한계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겪지 못한 여러 상황을 압축해서 경험함으로써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이 꼭 옳은 것일까? 아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는 게 맞는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하게 한다.
어쩌면 나는 '테드'와 '하마'를 섞은 사람이지만
누구보다도 '슈퍼맨'에 가까운 판단을 하고 행동하기도 한다.
머리로는 '백곰'처럼 행동하길 바라지만.
노동조합을 하면서 무수히 느끼는 고민도 뒤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웨이브 한 달 체험 100원이지만
너무 좋아서 한 달 결재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허영이자 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