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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 Sep 28. 2022

달콤한 초콜릿의 유혹

아주 짧은 이야기

뭐든 귀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때는 우리 집만 그랬던 건 아니어서 내가 겪었던 게 '가난'인 줄 몰랐다.

어느 날, 아빠는 몇 달치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는 14인치 TV를 사 들고 오셨다. 엄마는 내게 만화영화가 방영되는 30분 동안만 TV를 볼 수 있게 해 주셨는데, 당시 나는 만화영화보다 만화영화 앞뒤로 나오는 CF 광고에 더 열광했던 것 같다. 광고 속엔 어린 나를 유혹하는 달달한 간식거리가 가득했다. 그런 간식 중에 단연 나를 사로잡은 건 '초콜릿'이었다. TV에서 매일 보는 초콜릿은 엄마를 따라 슈퍼에 가면 쉽게 손에 쥐어볼 수는 있었지만, 100원어치 콩나물 값을 흥정하는 엄마에게 초콜릿을 사달라고 조를 수는 없었다. 어린 나도 그 정도는 알았다.


아주 드물었지만 초콜릿을 먹어본 적 있는 나는 달달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초콜릿을 매일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학교가 끝나면 곧장 슈퍼로 달려가서 초콜릿을 한참씩 만지작거리다 집에 가곤 했다. 그때 내 주머니 속엔 예쁜 돌멩이만 잔뜩 들었지 초콜릿을 살 수 있는 동전은 없었다. 그렇게 초콜릿을 눈으로만 먹던 어느 날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초콜릿을 옷자락 밑에 숨기고 슈퍼 밖으로 나온 것이다. 슈퍼의 출구를 빠져나올 때까지는 엄청나게 떨렸지만 주인에게 들키지 않고 밖으로 나온 나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슈퍼에서 몇 발자국도 안 가서 초콜릿 껍질을 까고 말았다.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책가방을 낚아챘다. 그 바람에 초콜릿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빈 껍질만 내 손에 남았다. 나는 발뺌조차 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와 함께 슈퍼 주인에게 현행범으로 잡혔다.


슈퍼 주인은 나를 사무실로 데려갔다. 나는 어마어마한 호통과 야단을 예상하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는데, 그는 나의 예상과 달리 내 책가방에서 노트를 꺼내서 들여다보니 "이렇게 글씨를 잘 쓰는데 왜 도둑질을 하지?"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너 공부도 잘하지?"라고 물었다. 나는 공부를 그다지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왠지 그렇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나를 놓아주었다.


혼쭐이 날 걸로 예상했는데 아무 일 없이 집에 돌아가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이 너무나 불편했다. 그 슈퍼는 우리 동네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게로 엄마가 매일같이 장을 보기 위해 가는 곳이었다. 앞으로 그 슈퍼에 어찌 간단 말인가! 슈퍼 주인이 나와 똑 닮은 엄마를 알아보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는 엄마에게 나의 도둑질에 대해 일러바칠 게 뻔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날 일을 엄마에게 자백했다. 엄마는 나에게 다시는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여러 번 다짐하게 한 후 초콜릿 값을 주시며 슈퍼 주인에게 돈을 갖다 주고 사과하라고 하셨다.


나는 지금도 초콜릿만 보면 그날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훔친 초콜릿을 집에 가서 먹었더라면, 그래서 슈퍼 주인에게 들키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나는 그 후에도 또 도둑질을 했을지 모르겠다. 초콜릿을 공짜로 먹을 욕심만 가득했지 잔꾀라곤 콩알만큼도 없었던 어린 시절 나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왔고, 한편으로는 나의 멍청함 덕분에 ‘소도둑’이 되지 않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슈퍼 주인에게 끌려갔을 때 ‘공부 잘한다’는 거짓말을 한 덕분에 그 후로 난 공부를 아주 아주 열심히 했다. 초콜릿은 훔친 일은 어쩔 수 없는 과거지만 공부를 잘하는 건 내가 만들 수 있는 미래이기 때문이었다.


달콤한 초콜릿의 유혹에 굴복해 도둑질을 했던 어린 나는 슈퍼 주인에게 들킨 덕분에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 되었다는 아주 의외의 결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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