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dy Nov 13. 2020

속초 영랑호는 지금 이대로 좋아요.

새들의 보금자리 - 영랑호

속초 영랑호


제 인생샷이에요. 작년 봄에 영랑호에 산책 갔다가 스마트폰으로 찍었어요. 보통은 멋진 광경을 보면 눈에만 담는데, 이건 그냥 못 넘기겠더라고요.  벌써 1년 반이나 지났네요.


요즘 속초 영랑호가 좀 시끄러워요. 주변에 플래카드가 넘쳐나요. 영랑호에 부교를 놓고 데크를 설치하겠다는 개발 옹호자들과 영랑호를 그대로 보존하자는 자연 보호자들이 만들어 걸어놓은 것들이에요.


저는 영랑호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덕택에 아무 때나 기분이 내키면 운동화를 신고 나가 걷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기도 해요.


둘레가 7.5Km인 영랑호를 한 바퀴 온전히 걸으려면 1시간 30분 정도 걸려요. 그래서 개발 옹호자들은 이렇게 말하죠.


"영랑호는 너무 커서 걷기가 힘들어. 호수 중앙을 가로지르는 부교를 놓으면 반 바퀴만 돌아도 잖아. 호수 중앙에서 설악산 조망도 할 수 있고 얼마나 좋아?"


근데요.

마음이 바쁘신 분들은 7.5Km처음부터 끝까지  걷지 않으셔도 돼요.

영랑호는 입구에서 아주 조금만 들어가도 하늘만큼 높은 히말라야 삼나무와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즐비하거든요.


히말라야 삼나무


물론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삼아 영랑호를 걷거나 뛰는 분들은 7.5Km에 불만이 없어요. 영랑호가 원래 이렇게 생긴 거니까요.


걷는 게 힘드신 분들은 자동차를 이용하시면 돼요. 산책로 옆에 자동차 길이 있어서 자동차로 천천히 둘러볼 수도 있어요. 중간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도 있으니 잠시 차에서 내려서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고.


참! 아주 중요한 게 있어요.

영랑호에는 새들이 아주아주 많이 살아요. 백로가 멋진 포즈로 슬금슬금 걷거나 날고요. 영랑호 오리 엄마는 "오리도 날 수 있다"고 하며 다 같이 근사한 비행을 하죠. 그 밖에도 쇠오리, 청둥오리, 고방오리, 고니, 검은머리흰죽지, 댕기흰죽지, 흰비오리, 중대백로, 물총새, 왜가리, 파랑새, 꼬마물떼새, 꾀꼬리, 논병아리, 원앙 등 엄청 다양한 새들이 산답니다. 그래서 산책을 할 때도 되도록이면 조용조용 걸어요. 왜냐고요? 영랑호는 새들의 집이니까요. 보실래요?


백로들이 노니는 모습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도 있어요. 1시간 단위로 빌려주는데, 가격도 비싸지 않았던 것 같아요.


스토리 자전거라는 것도 있어요. 이걸 타면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편히 앉아서 호수를 관람할 수도 있지요.


시간이 많지 않으신 분들은 범바위까지만 왔다 가셔도 돼요. 영랑호리조트에서 아주 가까워요. 저는 범바위 위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해요. 여기 앉으면 이런 경치가 보여요.

범바위


최근엔 새로 데크도 설치되었던데... 또 데크를 놓겠다니... 흠!

사실 이 데크도 없던 거에요. 작년 봄에 고성 산불이 크게 났을 때 영랑호변도 큰 피해를 입었어요. 호수를 둘러싼 나무들이 많이 불탔죠. 그 후 복구작업을 하면서 새로 설치한 것 같아요. 이 데크도 딱히 필요하다 생각하진 않지만, 이미 설치된 걸 어쩌겠어요.

데크 중앙에는 쉼터도 있어요. 며칠 전에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 있네요.

영랑호 데크
데크 중앙 싐터
데크 위에서 찍은 설악산

중앙 우측에 있는 게 울산바위인데, 좀 흐리게 나왔네요. 영랑호에 부교를 놓고 그 위에서 설악산을 본다 해도 이 정도 아닐까요? 글쎄 모르겠네요.


잠깐 동안 주절거렸는데도 영랑호는 정말 볼 것도 즐길 것도 많은 아름다운 곳이네요.


하나 빠진 게 있네요. 장천마을과 연결된 부근에는 생태공원이 있는데, 지금은 억새가 한창이에요. 이건 사진을 아직 못 찍었어요.


개발을 원하시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는 가요.  지방은 도심에 비해 발전이 더디니까, 개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뭐든 하고 싶은 거겠죠. 나랏돈, 강원도 돈, 속초 돈까지 수십억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라고 들었어요. 결국은 다 우리가 낸 세금인데, 꼭 필요한 데 쓰여졌으면 좋겠어요.


영랑호는 그냥 대로 아름다운데 굳이...


그냥 제 생각이에요.


참! 속초라는 이름의 뜻을 아세요? 묶을 속, 풀 초. 속초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풀을 묶어주지 않으면 소들이 풀을 뜯어먹을 수 없었대요. 그래서 풀을 묶다 - 속초!


바람이 쌩쌩 부는 영랑호에 둥둥 다리-부교가 견딜 수 있을지, 갑자기 걱정되네요.^^ 개발 전에 유지관리 방법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혹시 속초에 오신다면 영랑호에 꼭 한번 들러보세요.

작가의 이전글 지구를 사랑하는 맥가이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