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뭘 만드시나?”
“원투낚싯대.”
“이번엔 새 걸로 하나 사지 그래?”
“새 거가 뭐 별건가? 이 초릿대랑 저 손잡이를 잘 이어 붙이면 바낙스 신제품처럼 만들 수 있어. ”
남편은 망치, 펜치, 멍키스패너, 가위, 테이프, 라이터, 순간접착제 등을 사방에 늘여놓고 앉아 두 개의 낚싯대 앞부분과 뒷부분을 따로 떼내 서로 다른 낚싯대에 이어 붙이느라 낑낑대고 있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 덕에 바닷가에 살게 된 지 3년. 자칭 생활낚시꾼인 그는 계절마다 잡히는 어종에 따라 낚시장비를 손수 만들고 고친다.
TV프로그램 탓에 도시어부(?)들이 방파제 위에 반짝이는 신상 낚싯대를 드리우고 멋드러진 릴렉스체어에 앉아 테이크아웃 커피를 홀짝이는 모습은 요즘 주말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반면, 남편은 옷으로 말하면 누더기처럼 낡고 허름한 낚싯대에 갯지렁이를 끼워 던지고는 언제 올 지 알 수 없는 입질을 기다리며 낚싯대 끝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 있을 뿐이다.
남편의 낚싯대는 지난 겨울내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것들을 모아 분해해서 이어 붙인 것.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게 요즘 세태라지만 주말만 지나면 바닷가 여기저기에 버려진 낚싯대, 낚싯줄, 추, 미끼와 먹고 마신 쓰레기 들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버려진 것들이 바닷물을 오염시키고 바다생물을 죽게 만든다는 걸 매일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돈도 절약하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며 매일 부지런히 놀리는 남편의 알뜰한 손끝에서 되살아나는 건 낚싯대뿐만이 아니다. 버려야 하나 고민하던 TV의 생명이 연장되고, 스위치가 말썽이던 스탠드가 멀쩡해지며, 점화가 잘 안되던 가스레인지가 새 것이 된다. 덜렁거리는 씽크대 문짝쯤은 일도 아니다.
새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고장 나고 낡은 낚싯대를 들고 좀더 멀리 던질 수 있는 낚싯대를 만들어보겠다며 몇 시간째 골몰하는 남편을 바라본다. 어릴 적 집안에 있는 전자제품들을 죄다 뜯어대는 바람에 남편의 엉덩이에는 멍 자국이 가실 날이 없었다나. 숫하게 망가뜨린 전화기, 카세트, 라디오 들의 희생 덕에 남편은 지금 지구를 지키는 맥가이버가 되었다.<끝_샘터 2019년 5월호 오늘의 작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