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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 Mar 24. 2021

불멍 보글멍 남편멍

오늘 지금 나

남한강이 널찌커니 내려다보이는 친구 집에서

요즘 유행이라는 불멍을 해보았다


안개 내려앉은 남한강은 슬슬 잠잘 준비를 했고

내가 온 기념일까 까만 하늘은 반짝 별 서너 개를 선뜻 내보였


끝도 없 깔린 잔잔한 데크

참나무 무더기를 넉넉히 품을만한 화로

헐렁한 캠핑의자에 앉아

그날 우리들의 시간은 처음으로

말없이 잘도 흘러갔다

그저 하염없이 타닥거리는 불꽃만 멍하니 바라보는게 이리도 좋을 줄이야


집에 돌아와 병이 버렸다

불멍 하고픈 안달병

우리집엔 불 피울 마당이 없고

친구 집에 갈 수도 없으니

어쩌나!


이런 생각 하며 나도 모르게

보글거리는 찌게냄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어? 이거?


점심상 치우고 믹스커피 한잔 놓고 탁자에 앉았는데

무얼 찾는지 이 방 저 방 바삐 오가는 남편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같으면 뭘 찾냐, 내가 찾아줄까 팔 걷어붙였겠지만

오늘은 그냥 멍하니 남편 하는 양을 바라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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