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3
입으로 외는 기도조차
한 다발 꽃으로 엮었으나
열 알의 마음이 와닿기란
안팎으로 모두 힘든 일입니다.
마음이 습자지보다도 연약한 나는
당신께 기대는 것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기대다가도 미끄러지고
짧은 순간 곧아지더라도 팔랑거리며 넘어갑니다.
믿음과 믿음이 맞닿는다면
그곳에 아교처럼 끈끈하고 튼튼한
다리가 놓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삶과 삶 사이에 놓인 가름끈이
기대 없는 기쁨
한줄기 다정함
우연한 친절
대가 없는 사랑이기를 바랍니다
마침내 다 읽고 났을 때
맑고 따뜻한 향기가 스치는
단단한 한 권의 책으로 묶여있기를
그리고
그 책등에 새겨진 이름에
영영 부끄럽지 않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