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 신문을 옆구리에 끼는 낭만 더하기
프랑스 리옹 다음 행선지로 파리와 니스를 두고 고민했었다.
잠시였지만 유림이와의 포근한 리옹 일상을 끝내고 다시 나 홀로 여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랑에 빠져야 했다.
그렇게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빠진다는 도시의 심장, 파리로 향하게 되었다.
그 선택에 오류는 없었다.
역시 허전함을 느낄 새 없이 파리 골목골목 쏟아져 나오는 낭만에 구름 위를 붕붕 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파리지앵 프레드가 빌려준 옷으로 한껏 멋을 낸 탓일 수도 있겠다.
파리에서 일주일 이상 머물기로 결심한 후, 재밌는 일상을 위한 기획을 했다.
이름하야 '파리 낭만 대행'.
친구들에게서 파리하면 떠오르는 낭만을 수집했다.
그중 첫 번째 미션은 이전 여행지 체코 프라하에서 만나 친해진 혜성언니의 요청이었다.
(혜성 : 프라하 홀릭 한인민박 스태프로 일하던 시절 손님으로 우연히 만나 즉흥 근교 여행을 함께한 후 진한 인연이 되었다.)
미션 1. 불어 신문을 옆구리에 낀 채 바게트를 들고 에펠탑 앞에 서 있는 파리지엔 되기
에펠탑으로 향하는 길,
준비물은 바게트와 불어 신문이었다.
두 개의 준비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골목길 마트에 들렀다.
하지만 불어 신문은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읽을 수도 없는 신문을 미션 수행을 위해 구매해야 하나...
매대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빵코너에 쌓여있는 1유로도 되지 않는 바게트만 한 줄 포장해 나왔다.
그렇다면 불어 신문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새 신문일 필요는 없었다.
아침 일찍 신문을 사 읽는 파리지앵의 일상을 상상하며 신문의 행방을 추적했다.
편의점에서 커피 한 잔과 신문을 구입 - 가까운 공원 벤치에서 잠시 관심이 가는 기사를 빠르게 읽어 내린다 - 손목시계를 보고 출근 시간에 가까웠음을 인지한다 - 신문을 벤치에 올려놓은 채 서둘러 지하철로 향한다!!!!
이거다.
근처 공원으로 향하는 길,
아니나 다를까 찾았다! 벤치 위에 놓인 오늘자 불어 신문을!
에펠탑이 잘 보이는 뚜흐에펠가든 한편에 도착해, 인증샷을 부탁할 사람을 물색했다.
유럽인 부부가 서로를 찍어주고 있는 것을 보고 가서 물었다.
"제가 두 분 같이 사진 찍어드릴까요?"
진심을 다해 두 분의 인생샷을 찍어드리기 위해 이각도 저 각도, 다양한 포즈를 요청했다.
두 분은 즐거워하시며 사진을 확인하신 후 내 사진도 예쁘게 찍어주시겠다고 하셨다.
서로 웃는 얼굴로 찍고, 찍혔기 때문일까?
자연스러운 웃음이 담긴 사진이 퍽 마음에 들었다.
에펠탑 전체가 담길 수 있는 마르스 광장에서는 한국인 여성 두 분의 사진을 찍어드리고 나도 인생사진을 선물 받았다. 두 분은 사진을 찍을 때 표정이 다양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오늘 미션을 수행했던 과정을 설명하고 미션 사진을 혜성언니에게 제출했다.
언니는 'ㅋ'으로 채팅방을 채우며 내 여행을 한껏 귀여워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