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을 것 같은 빵은 역시 맛있다, 하지만 건포도는...
Fred가 파리지앵 옷을 코디해 준 첫날 아침.
그의 아침 루틴에 함께 참여했다.
"커피 마실래?"
Fred는 이미 일찍 일어나 은색 모카포트에 커피를 끓이는 중이었다.
머신에서 내리는 커피만 봐왔던 나는 모카포트를 사용해 커피를 끓이는 것이 생경했다.
하지만 아직 커피에 맛을 들이지 못한 스무 살 초반 애송이는 다른 선택지인 오렌지 주스를 골랐다.
"저 이걸로 커피 만드는 거 처음 봐요!"
"세상에나 정말? 간편하고 정말 맛있어!"
이미 오렌지 주스를 선택한 후였지만, Fred는 모카포트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이미 만든 커피를 컵에 따라내고는 새롭게 커피를 만들었다. (덕분에 나는 오렌지 주스와 커피를 동시에 맛보게 됐다.)
Fred가 옆에서 코칭을 해주고 나는 열심히 따라 만들었다.
포트 아래 묵직한 보일러 블록을 돌려 열어 적당량 물을 붓고 그 위에 합쳐질 깔때기에 커피가루를 넣어 스탬핑 없이 평평하게 쓸어 넘긴 후 단단히 돌려 닫아 가스불 위에 올렸다.
낭만적인 소리와 함께 커피의 고소한 냄새가 부엌에 가득 찼다.
직접 내린 커피와 오렌지 주스, 그리고 흰 빵에 버터와 잼을 펴 발라 먹는 초간단 아침.
Fred의 아침 루틴을 함께 하며 가벼운 수다와 함께, 오늘 하루 어떤 여행을 할 것인 지 생각했다.
바로 집 앞 블록에는 아침마다 주민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빵집이 있다.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지라 어디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은 흔치 않은데 말이다.
어제는 Fred가 쥐어준 빵이 있기에 눈과 코로만 맛을 보고 가게를 나왔지만
오늘은 점심거리를 핑계 삼아 빵을 기다리는 줄의 끝에 서 봤다.
이러기 있나.
세상 맛나게 생긴 덩어리는 알고 보니 대량의 건포도를 품은 친구였다.
난 건포도를 싫어한다.
하지만 빵이 너무 맛있어서 대부분의 건포도를 털어내고 남은 몇몇 건포도쯤은 기꺼이 수용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건포도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감격의 눈물을 흘릴 만 맛이 아닐까.
빵 속에 자유롭게 분포되어 있는 프랄린 조각들과 적당히 퍼석한 질감의 빵이 아주 조화로웠다.
-빵 취향에 대한 수다 일부 발췌-
* 아쉽게도 이 빵집은 현재 폐점했다.
아침 7시면 파리 골목골목에서 고소한 빵냄새가 풍겨온다.
동시에 길을 걸으며 빵을 먹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탓일까, 거리에서 무엇을 먹는 것이 결코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 파리에서는 이른 아침 갓 나온 빵을 재빠르게 베어 물지 않고 그대로 가방에 넣는 것이 더 생경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른 아침 어느 빵집이든 상관없다.
갓 나온 빵 하나와 커피를 들고 길을 걸으며 크게 한 입 베어 물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