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프랑스 파리의 낭만을 묻는다면
날씨가 좋은 오늘은 파리 구석구석을 산책해 보기로 했다. 발길이 닿는 대로.
전 세계의 언어로 '사랑해’가 빼곡히 적혀있는 사랑해 벽. 참으로 로맨틱한 벽이다.
벽 앞에는 모국어로 쓰인 '사랑해’를 찾아 인증샷을 찍는 커플들로 가득하다.
나는 수많은 커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의욕까진 없던 터라, 볕이 잘 드는 맞은편 벤치에 앉아 아침에 산 빵을 뜯으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수많은 '사랑해' 중,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던 'I love you’.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커플이 이를 가리킨 채 사진을 찍기 위해 여자친구를 목마 태우고 있었다.
'그래, 기꺼이 고달픈 것이 연애였지…'
잠들어 있는 연애 세포가 잠시 뒤척였다.
빵을 다 먹을 즈음 벽 앞이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았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지나가던 한국인 여성분들께 사진을 부탁드렸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결과물을 안겨주신 그녀들.
사랑해 벽
https://maps.app.goo.gl/USr1mrgzdKtTTwy58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장면을 발견하곤 한다.
아름다운 건축물도 유명한 예술 작품도 아닌,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시공간에 그렇게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한 칸 한 칸 내딛다가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보이던 풍경.
저 멀리 펼쳐진 내리막 계단 위에 눈 부시게 부셔지는 강한 빛과 적당히 마모된 네모 블록 비탈길에 앉아 자유로이 쉬고 있는 청년,
연하고 무성한 작은 잎이 하늘하늘 흔들리는 나무와 계단을 따라 꺾여 내려가는 그 선명한 그림자.
심장이 저릿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길고 긴 계단을 오른 끝에 도착한 곳은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이었다. 파리 시내가 멀리 내다 보이는 이곳에서 한참을 앉아 일기를 썼다.
오늘 느낀 감정이 흩어지지 않도록 소중하게 써내려 갔다.
https://maps.app.goo.gl/NnB6U3xE9UGL5CzF6
보름달이라던가, 둥근 피자라던가, 칠판에 운 좋게 그린 인간 컴퍼스 원이라던가.
게다가 그 원의 지름이 클수록 마음을 건드는 무언가가 있음은 틀림이 없다!
파리 시내에 위치한 뛸르히 가든 한편에는 흰색 대관람차가 있다.
그 주변에는 Grand Bassin Rond라는 커다란 분수대가 있어서, (이것 또한 동그란 모양)
특히, 해 질 녘에는 물가에 놓인 초록색 철재 의자에 앉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배경으로 대관람차를 감상할 수 있다.
그렇게 멋진 하늘에 걸린 동그라미를 바라보고 있자면 몸에 긴장이 풀리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누군가 프랑스 파리에서의 힐링 스팟을 묻는다면 제일 먼저 이곳을 알려줄 것이다.
https://maps.app.goo.gl/QTPYLps7Uhfko5Xm9
에펠탑이라면 사진과 그림으로 몇 백 번이고 봐왔지만, 역시 밤 하늘 앞에 우뚝 선 에펠탑을 직접 본 순간의 전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순간을 만들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에펠탑이 끝내주게 잘 보인다는 전망대에 오르는 길, 사람들은 중간중간 멈춰 서서 사진을 찍지만 나는 결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 감동이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돌계단에 걸터앉아 파리의 낭만을 오래도록 느꼈다.
까만 밤하늘 앞에 붉게 빛나는 에펠탑은 아무리 오래 보아도 결코 질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