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변화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
변화의 가장 첫걸음은 상처의 회복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이 '내'가 뭔지 알아야한다.
인간은 외부의 자극을 오감이라는 신경계를 통해 수집한다. 그리고 이 입력된 정보를 중추신경계인 뇌에서 해석 한다. 그리고 그 해석 결과값을 감각(느낌)이라는 형태로 피드백한다. 그리고 그 느낌을 정보처리의 효율성을 위해 묶는데 그것이 감정이다. 우리가 느끼고 체험하는 '현실'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즉, 현실은 사실이 아니라 우리 뇌가 정보를 연산한 추측값이 리얼하게 체험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때 우리 뇌는 외부의 정보를 해석하는데 과거의 경험을 사용한다. 이 과거의 경험은 과거의 외부 환경(사건,사람)과 그 환경에 대한 해석 결과값(감각=감정=생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과거의 사건,사람,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과거의 경험적 틀을 다른 말로는 프로그램, 게슈탈트, 기존의 내부생성모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뇌를 통해 외부 환경에 대해서 피드백하게 되면, 그 결과를 체험하고 인식하는 주체가 필요해진다. 그 주체가 바로 '나'(자의식)라고 인식되는 것이다. 즉, '나'란 이러한 내부생성모델 또는 프로그램의 집합체인 것이다. 그래서 이 '나'를 자아 개슈탈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곧 과거 경험의 집합체라면 과거에 안좋은 경험을 했을 때 그 안좋은 경험을 통해서 현재의 새로운 외부 환경을 해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과거의 트라우마 경험이 이제는 지나간 일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따라와 그 사람을 괴롭히는 이유가 이것이다. 특정 조건 하에서 과거의 내부생성모델이 활성화 된 것이다.
이것에 대해 좀더 상세하게 이야기 해보자. 이렇게 과거의 내부생성모델이 활성화 되면 그 내부생성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과거의 경험(생각/감정/느낌)도 활성화된다. 이 경험들이 내부생성모델의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특정 감정(고통으로 체험되는)이 체험되고 있을 때 우라 뇌는 편도체가 활성화된 상태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있을 때, 편도체를 진정시킬 수 있으면 편도체 활성화에 연동되어있는 감정도 진정이 된다. 즉, 과거의 내부생성모델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감정)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부생성모델의 내용이 바뀌면 그 내부생성모델의 집합체인 '내'가 변한다.
이때 편도체를 진정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중 하나가 바로 '컴페션'이다. 컴페션은 자비,동정심아라는 뜻이다. 이러한 자비와 무조건적인 사랑을 스스로가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컴페션의 주체 설정하기.
컴페션의 주체를 설정한다는 것은, 나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을 해줄 수 있는 제 3자를 설정하는 것이다. 왜 내가 직접하지 않고 제 3자를 설정하는 지는 아래에서 다룰 것이다. 이 제3자를 설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적극적 상상'
적극적 상상은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구스타프 융이 제안한 무의식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여러 요소들(컴플렉스, 그림자, 페르소나, 대극자)에 형상을 부여하여 그것들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추상적인 것은 다룰 수 없다. 그러나 그 추상적인 것에 형과 상을 부여하면 그것을 다룰 수 있게된다. 예를 들어,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다룰 수 없지만 이것에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형태를 부여하면 마음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본래 다룰 수 없는 것에 형태와 기능을 부여하여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을 '모델링'이라고 한다. 적극적 상상은 이 '모델링'이라는 원리를 이용하여 우리의 마음과 관계맺는 테그닉인 것이다. 이 적극적 상상을 활용하는 양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간단하게 컴페션의 주체를 설정하는 방법만 이야기할 것이다. 컴페션은 '자비, 동정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말로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은 저마다 이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을 해줄 수 있는 주체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독일의 정신분석 학자이자 대상관계이론의 창시자인 멜라니 클라인은 언어를 습득하기 이전의 어린시절에 자신이 원할때 엄마가 젖을 주지 않는 체험을 아기가 ‘유기,방치 체험’으로 경험한다고 보았다. 그럼으로써 아기는 언제나 내가 원할 때 나타나서 내 마음을 미리 알고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이상적인 엄마’를 설정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이상적인 엄마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때문에, 아기는 자라면서도 끊임없이 이러한 이상적인 엄마를 그리워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이상적인 엄마는 점차로 그 모습을 바꾸어 가며 나를 이끌어줄 스승 또는 운명의 상대 등으로 변화해 간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어린시절의 착각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기 때문에 그 갈망은 외부의 대상(타인)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끊임 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며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실존적 공허라고 한다. 그리고 이 이상적인 대상은 영성 또는 참나, 또는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것 같은 나와 딱 들어맞는 이상적인 운명의 상대등으로 그 모습을 바꾸며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간 특히나 현대인은 '무조건적인 사랑이 가능한 주체'를 설정하기가 쉽다. 그것을 무의식수준에서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페션의 주체는 이 '갈망'을 활용하여 설정한다. 적극적 상상을 통해 이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줄 것만 같은 이상적 대상'을 개인의 선호에 맞는 형태로 모델링 하는 것이다.
1)그 대상은 어떤 존재인가. 신인가 인간인가
2)그 대상에게 성별이 있는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3)외모는 어떻게 생겼는가? 머리스타일, 얼굴 생김새, 몸매, 입고있는 옷, 목소리 분위기 등등을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구체적인 형태를 부여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게 되면 그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느낌'은 리얼리티를 갖게 된다. 그럼으로써 보다 그 무조건적인 사랑의 느낌을 더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다.
평소에 잠에 들기 전에 망상을 자주하는 사람이라면 그 망상을 컴페션의 주체를 설정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이상적인 대상을 아무리 생각해도 떠올릴 수 없는 사람은 가장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도 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늘 꿈꾸기 때문에 누구나 떠올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떠오르는 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무의식은 우리가 그것을 좋아하거나 필요로 한다면 무조건적으로 그것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무조건적인 사랑의 주체 또는 가장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점점 컴페션의 주체를 구체화 하는 과정상에서 컴페션 주체에 대한 느낌이 강렬해 질것이다. 그러면 그 느낌 속에서 한번 쉬어본다.
종교를 믿는다면 종교의 신을 대상으로 형상을 부여해 구체화 해도 된다. 아니면 어떤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 대상을 구체화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 또는 응원의 체감각을 활성화 하는 것이다.
2.컴페션 부탁하기
그렇게 컴페션의 주체를 설정했다면, 이제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문제 또는 감정이 올라올때마다 그 감정이나 문제에 대해서 컴페션을 부탁해본다. 컴페션 부탁에 대한 구체적인 예제는 다음과 같다. 그러나 본인이 나에게 정말로 맞는 것 같다하는 느낌이 드는 문장이 있으면 그 문장을 사용하면 된다.
"여기 존재하는 이 마음(감정/생각/느낌)이 그저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감싸안아 주세요)"
이렇게 부탁하는 것이다.
3.컴페션 체험하며 쉬기
그리고는 그 존재에게 안겨있는 상상을 하든 어떤 따스한 빛에 감싸이는 상상을 하든 자신의 내면에서 떠오르는 대로 그 컴페션 안에서 쉬어 본다. 이것을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감정/생각/느낌이 일어날 때 마다 반복하면 된다. 그리고 그 감정/생각/느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느낌에 주의를 기울여 탐색해 본다. 실제로 변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 보통 그렇게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볼까? 하면서 그 느낌/생각/감정을 '느끼면서'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알아서 사르르 풀리는 기분이 들 것이다.
4.주의점
주의할 것은 이 작업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공들여 설정해 놓은 '제 3자'에게 부탁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부탁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게 아주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무언가 제 3자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은 내가 나의 내부생성모델에 그대로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 겠다는 것과 같다. 제 3자를 설정하고 그 대상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을 기도하는 행위는 내(자의식)가 나의 마음 (생각,감정,경험)을 판단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기에 이때 나에 의한 내부비판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외부 대상에 의한 무조건적 사랑과 수용의 체감각이 활성화되게 되면 그 순간, 컴페션의 체감각 정보가 그대로 기존의 내부생성모델에 수용된다. 그리고 활성화된 편도체가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의 체감각에 의해 진정된다. 그럼으로써 기존의 내부생성모델의 내용이 변화하게 된다.
또한 이렇게 나(자의식)이 빠지고 제 3자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는 행위는 신경과학(뇌과학)에서 '마음의 역설'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방지한다.
마음의 역설이란, 우리가 무언가를 부정하려 할때, 오히려 그것에 대한 반응이 더 강해지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에게 지금부터 아이유의 얼굴을 절대로 떠올리지 마세요. 절대로! 절대로 떠올리면 안됩니다!라고 했다고 치자. 그래서 당신은 아이유의 얼굴을 어떻게든 떠올리지 않으려고 매우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가 무언가를 부정하고 억압하려고 하는 순간, 그 부정 대상을 반드시 '전제'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부정하려고 하는 순간, 그 부정대상에 해당하는 뇌내 신경망이 발화하게 된다. 전기신호가 들어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 부정대상이 점점 생생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나(자의식)은 그저 부탁만하고 제 3자에 의해 컴페션의 체감각이 일어나면 내(자의식)이 마음(생각/감정/느낌)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 마음의 역설 현상이 차단되는 것이다.
즉, 위의 상상을 하고, 상상속에서 사랑과 수용의 감각을 체험하고 했던 이유가 이렇게 마음의 역설 형상을 방지하고 편도체를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활성화된 과거의 내부생성모델을 구성하는 감정이 편도체 진정반응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과거의 내부생성모델을 구성하는 요소가 바뀌었기에 그 내부생성모델 역시 변화(업데이트)하게 되는 것이다.
'나'란 이 내부생성모델의 집합체라고 했다. 그런데 과거의 내부생성모델이 변화함으로써 새로운 내부생성모델이 생겨났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기존의 '나'가 새롭게 생겨난 내부생성모델의 내용이 더해진 상태로 업데이트 된다. 즉, 나 ver.2 정도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변화의 정체다.
물론 이것은 집에서 혼자서도 할 수 있도록 매우 간단하게 구성한 프로세스이다. 실제로 내담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할 때는 이러한 원리를 더욱 전략적으로 사용해서 과거의 내부생성모델을 붕괴시키고 내담자의 현재에 더욱 도움이 되는 내부생성모델로 업데이트 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러나 이정도 수준의 작업은 혼자서는 불가능 하기에 위의 방식과 같은 프로세스를 소개한 것이다. 그리고 위의 방식과 같은 프로세스도 컴페션의 주체인 제 3자가 제대로 셋팅되기만 한다면, 왠만해서는 마음의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편도체가 활성화 되었을 때 언제든 편도체를 진정시킬 수 있는 '툴'을 갖추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